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출한 ‘청문회 출석 요구에 대한 의견서’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조희대 대법원장 국회 청문회가 30일 결국 맹탕으로 끝났다. 민주당은 2심에서 무죄가 난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대법원이 대선 직전 서둘러 파기환송한 경위와 조희대·한덕수 회동 의혹, 지귀연 내란사건 재판부의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 건을 추궁하겠다며 청문회를 열었으나 조 대법원장은 사법독립 등을 내세워 출석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 상고심 재판에 참여한 다른 대법관들과 지귀연 재판장, 한덕수 전 총리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대선 전인 지난 5월에도 같은 사안으로 청문회를 열었고, 조 대법원장은 같은 사유로 불출석했다. 그러니 조 대법원장이 이번 청문회에도 나오지 않으리라는 건 익히 예견됐다. 그런데도 민주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들은 청문회를 밀어붙였다. 원내대표와 사전에 상의도 하지 않았다.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청문회 요건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 국회가 왜 서둘러 진행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재판이 정지됐지만 진행 중인 사건을 국정조사할 수 없다고 법률에 나와 있다. (대법원의) 합의 과정을 공개하라고 주장하는데, 법원조직법을 보면 합의 과정을 공개하지 않게 돼 있다”는 것이다. 삼권분립과 사법독립 침해 논란까지 감수하며 청문회를 열어 얻은 실익이 무엇인지 민주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이석연 위원장도 지적했듯이, 이 모든 사달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조 대법원장이 이끄는 사법부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다수 국민은 대법원의 전광석화와 같은 파기환송을 사법부의 대선 개입 시도로 본다. 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하려고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대법원 파기환송 후 서울고등법원이 파기환송심을 서두르려고 했던 정황을 보면 그렇게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최상위 규범은 헌법 1조에 규정된 국민주권주의이고, 대선은 그걸 실현하는 장이다. 사법부가 권한을 남용해 대선에 개입하려 했다면 중대한 위헌이다. 그런데도 조 대법원장은 여태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법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이 사법불신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게 주지의 사실이다. 사법독립 보호막 뒤에 숨어 입을 닫는 식으로는 임계점에 이른 사법불신만 더욱 커질 뿐이라는 걸 ‘조희대 사법부’는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