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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3500억달러 선불' 발언에 원·달러 환율은 올랐고, 외국인은 채권과 주식 동시 매도로 답했다.

현금이 있어야 투자를 할 수 있고, 주주에게 나눠줄 수 있다.

거버넌스 개혁으로 지배주주들이 현금을 빼돌리기 힘들어질수록, 기업의 현금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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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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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의 ‘운’은 미래를 내다보는 이들에게 주어진다

입력 2025.09.30 21:11

수정 2025.09.3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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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지호 경제평론가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코스피의 질주가 잠시 주춤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3500억달러 선불’ 발언에 원·달러 환율은 올랐고, 외국인은 채권과 주식 동시 매도로 답했다. 미국 요구대로 한국이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면 원·달러 환율은 어디까지 치솟을지 모른다.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은 미국과 무제한 달러스와프를 맺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한·미 협상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국은 미국이 필요한 기업·기술을 지니고 있고, 미국은 미·중 패권전쟁을 고려할 때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포기하기 힘들다. 결국 원·달러 환율은 통화스와프든 다른 안전장치든, 보완조치가 마련된 뒤에 안정될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미는 서로의 필요 때문에 관세협상 최종안에 서명할 것이다. 그 시점을 알 수 없기에 변동성이 뒤따르겠지만, 주가 조정은 또 다른 기회의 시간이다. 투자자의 시선은 지금이 아닌 2026년을 향해야 한다. 코스피는 쉬어갈 순 있어도 부러지진 않을 것이다.

이런 시기가 되면 불안을 키우는 거대담론이 미디어를 도배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의도, 트럼프의 속내, 한국의 외환위기 등 극단의 시나리오들이 마치 스펙터클 영화처럼 펼쳐진다. <배트맨>의 조커처럼 주가의 약한 고리를 집요하게 들춰내는 빌런이 등장한다. 상황을 더 최악으로 묘사하는 냉소와 빈정거림이 귓가에 들려오면 투자자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빌런은 투자자를 이성적 상태에서 감정적 상태로 바꾸는 데 능숙하다. 원인이 ‘무엇’인지보다 ‘누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는지에 집중한다. 원인을 단순화해 선동한다. 주가가 하락하면 할수록 불안은 우리 옆에 자리 잡는다.

불안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주가 하락을 야기한 트럼프의 겁박과 연휴를 앞둔 경계감이 동시에 투자자를 압박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대하는 투자자의 자세는 각기 다르다. 불안을 상대방을 향한 적의로 해소하는 이들이 있다. 자신의 선택이 옳음을 입증하기 위해 무리한 포트폴리오를 고집한다. 투자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접근이다. 그 반대편에 불안을 에너지로 삼는 이들이 있다. 예상보다 더 불안한 상황이 출현했지만,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더 열심히 성장하는 기업을 분석하고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한다. 불안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가 이후 포트폴리오 성과와 연결된다. 자신의 투자 성과를 누군가의 책임으로 돌리는 이들은 무기력한 권태에 빠지게 되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변화한 이들만이 ‘미스터 마켓(Mr. Market)’의 변덕을 이겨내게 된다.

투자자는 고차방정식이 아닌 일차방정식을 풀어내야 한다. 정답은 불안감을 야기한 변화에도 굳건할 수 있는 좋은 기업 찾기에 달려 있다. 연휴가 지나면 바로 3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된다. 미국은 테크산업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고,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 내에서 한국의 IT 대표기업들은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K브랜드 산업은 항상 기대를 넘어 성장하고 있다. 매출 성장이 가속화되는 기업들의 주가가 적절한 가치에 회귀하기를 기대해보자. 2025년에 비해 2026년은 거버넌스 개혁이 한 보 전진할 시기다. 거버넌스 개혁에 힘입은 주주환원 시대에 적응하려면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져야 한다. 현금이 있어야 투자를 할 수 있고, 주주에게 나눠줄 수 있다. 거버넌스 개혁으로 지배주주들이 현금을 빼돌리기 힘들어질수록, 기업의 현금은 중요하다. ‘이익’은 지출할 수 없는 회계항목일 뿐이다. 반면 ‘현금’은 사용이 가능하다. 이제 기업가치는 회계적 이익이 아닌 실제 쓸 수 있는 잉여현금 흐름이 결정할 것이다. 잉여현금이 풍부해야 경영진이 유상증자나 채권 발행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현금이 있어야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할 수 있다.

주주가치보다 오너가치가 중시됐던 상법 개정 이전의 기업 의사결정 구조는 이제 존속하기 힘들다. 상법 개정 전 기업의 잉여현금은 지배주주들의 사유물이 돼왔다. 돈을 벌 목적이 아닌, 계열사 지원을 위한 현금흐름이 멈춰서는 것만으로도 기업가치는 개선된다.

기업가치 역시 기업이 장부에 기록하는 이익이 아닌 실제 만들어내는 현금이 결정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잉여현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쌓아놓기만 하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아진다. 이제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투자를 하거나 주주에게 돌려줘야 한다. 내년을 위해 씨앗을 뿌릴 기업의 기준은 명확하다. 주주환원을 하는지, 투자를 위한 현금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지다. 현재 코스피의 잉여현금 흐름은 130조원에 육박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해 있다. 잉여현금 흐름을 자본비용으로 할인하면 기업가치가 된다. 현금이 풍부한 한국 대표기업들의 기업가치는 매우 매력적이다.

어려운 시기가 왔지만, 준비해온 이들은 두렵지 않다. 투자 성공의 70%는 ‘운’이라고들 한다. 투자의 성공 경험이 적은 이들은 매번 ‘불운’으로 과거를 해석한다. 하지만 그들이 그저 ‘운’이 좋아서라고 평가절하하는 성공적 투자자들은 미래를 내다본 이들이다.

상법 개정에 의한 한국 증시 재평가는 더 전진할 것이고, 풀린 돈으로 인해 현금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자산 인플레이션 시대의 주인공인 주식시장은 ‘운’을 잡고 싶은 이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윤지호 경제평론가

윤지호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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