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12인이 발의한 ‘한·미 간 조선산업의 협력 증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일명 마스가 지원법은 겉으로는 협력을 말하지만 실제 내용은 국민 세금과 국유 자산을 미국의 군수산업 재건을 위해 일방적으로 바치도록 설계된 미국 예속법이다. 법안을 살펴보면 새 정부가 강조하는 국민주권의 원리를 훼손하며 국가의 정치적·경제적 자주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조항들이 다수 발견된다.
법안의 제1조 목적 조항은 이 법이 한·미 간 우호협력 증진을 위한 것임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는 추상적인 표현으로 법적 명확성을 포기한 것이며 구체적 권리와 의무를 규정해야 하는 법률에 적합하지 않다. 그 범위와 대가가 명시되지 않아 모호한 우호협력이라는 목적은 향후 미국 측 요구를 한국 정부가 사실상 무조건 수용할 수밖에 없는 근거로, 또 한국 정부의 미국에 대한 모든 지원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 설령 국회 등의 개입이 제도화되더라도 이와 같은 포괄적 명분 앞에서는 무력해지기 쉽다.
법안의 제2조 국가의 책무 조항도 문제가 있다. 군함 등의 해외 건조를 제한하는 미국법의 개정을 한국법으로 규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제2항의 규제 완화는 한국 내에서의 관련 규제 완화에 적용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그것은 법안 제7조의 특화단지 조성과 관리에 수반된 환경 및 안전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이 될 수 있고, 농산물 등을 추가 개방해 규제 완화 의무를 이행하라는 미국의 강요에 악용될 여지도 있다. 미국과의 협력을 위한 규제 완화가 정부의 의무로 규정된 조건에서는 규제에 따른 손실을 배상할 의무까지도 정부가 부담해야 할 수 있다.
법안의 제6조는 외교부 장관이 한·미 조선동맹 강화 협의체를 설치할 것을 규정하는데 협의체의 구성과 운영은 시행령 사항으로 공개성 및 의사결정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제13조의 기금운용심의회도 그렇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참여가 배제되면서 미국의 요구를 신속히 수용하는 폐쇄적인 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심지어 법안은 제20조 제3항에 따른 사후 결과 보고 의무 외에는 국회의 사전 심의나 감시 기능조차 정한 바 없다. 민주적 통제가 차단된 구조다.
미국 군함의 건조·유지·보수를 위한 특화단지 지정을 규정하는 제7조는 법안 전체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독소조항이다. 제7조 제4항에 따른 국유·공유 재산의 미국에 대한 무상 대부 허용은 무상 대부를 공익 목적에 한정한 국유재산법 제20조와 공유재산법 제24조 제1항을 위배한다. 헌법 제119조의 공정 경쟁 원칙과 헌법 전문에 담긴 조세의 공평 부담 원칙도 직접적으로 그리고 중대하게 침해한다. 또한 제7조 제5항에 따라 특화단지 기반시설 설치 비용 전액을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것은 국가재정법 제16조 건전재정 원칙 위반이고 국민 세금으로 미국 군수산업에 수조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행위가 된다.
제7조 제7항은 특화단지의 운영과 관리를 한·미 간 조약과 협정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어 환경오염, 원상복구, 지역 주민 안전 등에 대한 책임·보상을 어렵게 한다. 미국에 경합적 형사재판 관할권을 부여한 불평등한 주한미군지위협정 등에 따라 특화단지는 국가의 사법주권과 행정주권을 제약할 수 있다.
법안 제8조 등의 조선산업 협력 증진기금 설치 조항 역시 참담하다. 제11조 기금용도 조항의 1호에 따르면 기금은 한국 기업이 미국 군함에 관한 수주 사업에 참여할 때 융자·출자할 수 있다. 미국의 해군력 증강을 위한 돈을 한국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한 공적 기금이 내주는 격이다. 이는 국가재정법상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기금을 남용해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 목적으로 신설하는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그런데 제18조 기금손익 처리 조항에 따르면 기금의 이익금은 제1항에 따라 전액 기금 계정에 적립될 뿐이다. 이익금이 생겨도 배당으로 회수하거나 국고에 귀속시킬 수 없다. 반면 손실금이 생기면 제2항에 따라 정부가 예산으로 보전한다. 이익에는 국민 몫이 없지만 손실은 전액 국민 부담인 셈이다. 미국을 위한 사업에 이렇게 공적 기금을 일방적으로 투입해도 되는 것인가. 미국 앞에서는 재정 운용의 기본 원칙마저 내다 버리는가.
법안은 협력을 빙자한 굴종이다. 이는 노예 선언이며 한국 민중의 경제적 존엄을 파괴하는 길이다. 마스가 지원법은 미국 예속법이다. 국회는 즉각 이 치욕스러운 매국 법안을 폐기하고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