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대구시장. 성동훈 기자
대구시가 홍준표 전 시장 때 없앴던 공무원 채용 거주지 제한 요건을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폐지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의 ‘거주요건’을 재도입한다고 1일 밝혔다. 대구시는 내년도 임용시험부터 거주요건을 다시 적용하고, 시 산하 공사·공단은 올해 하반기 채용부터 자율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거주지 제한 폐지는 홍 전 시장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7월 시행됐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16개 광역지자체 중 첫 사례로, 이전까지는 임용시험일 기준 응시자가 해당 지역에 거주하거나 과거 3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 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시는 공직의 개방성을 높이고 지역 활력을 높이고자 추진된 시책이었다고 설명했다. 안중곤 대구시 행정국장은 “(제한 요건 도입 시) 대형 사업 등을 추진할 때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제한 요건 폐지 후 치러졌던 시험에서 지역 외 응시자 비율이 증가하는 등 응시자 저변 확대라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고 밝혔다. 시는 올해 치러진 2차례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서 지역 외 응시비율은 지난해에 비해 약 2배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서울 외 모든 지역이 거주요건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구시의 정책이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지역 청년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대구시의회에서는 시정질문과 5분발언, 정책건의서 제출 등의 형태로 거주요건 재도입을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다.
윤영애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은 “다른 지역은 거주지 제한으로 지역 인재를 보호하는 반면 대구시는 이를 폐지했다. 언뜻 보면 공정한 제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지역 청년들의 공직 진출 기회를 박탈하는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구시 산하 공기업에서는 지역 외 합격자의 중도 퇴사 사례가 늘어 업무 연속성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교육훈련 및 채용 비용의 불필요한 손실 문제가 크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실제 대구 지방공기업 4곳의 경우, 거주요건 폐지 이후 응시 및 임용 비율이 급격히 올랐지만 중도에 퇴사하거나 입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대구시에 따르면 거주요건 폐지 후 대구교통공사에서는 30명이 퇴사 또는 입사를 포기했는데, 무려 20명(66.7%)이 지역 외 합격자였다.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에서도 19명의 퇴사자 중 9명(47.3%)이 거주지 요건 폐지의 혜택을 본 응시자였다.
안중곤 시 행정국장은 “지방공기업의 경우 입사 희망자들이 지역뿐만 아니라 수도권 등의 기업도 준비하는 경향이 짙어 중도퇴사 비율이 높았던 것 같다”면서 “(거주요건 자율화에 따라) 이직률이 낮아지고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행정부시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청년 현장소통 간담회에서도 관련 언급이 나오자 거주제한 요건 재도입을 시사했다. 김 권한대행은 정부 차원에서 거주 요건을 폐지하는 게 옳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구가 먼저 거주요건 제한을 풀면 다른 시도가 동참해 인재 교류가 활발하게 하려는 취지였지만 대구만 시행하다 보니 효과가 반감됐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거주 요건 제한을 폐지할 수 있게 건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