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50만 유·초·중등 교사의 정당 가입 등 참정권을 보장하는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9일 “(교사가) 페이스북에 ‘좋아요’도 못 누르고 정치 후원금을 내면 범법자가 되는 현실은 너무 후진적”이라며 “관련법을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에서 교사의 참정권 보장을 공약했다.
한국의 교사들은 ‘정치적 금치산자’나 다름없다. 정당 가입은커녕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도 없다. 교육감 선거에 의견을 표출하고, 후원금을 내는 것도 법에 저촉된다. 표현의 자유도 대폭 제약된다. 정권이나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나 노동조합 주최 집회에 참가해도 안 되고, 정부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것도 용납되지 않는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은 중요하다.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어린 학생에게 정치적 편견을 심어주거나 학교 교육이 특정 정파에 유리하게 진행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교사의 선동으로 신성한 배움의 장이 정치판이 되어선 곤란하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을 빌미로 교사들에게 양심과 표현의 자유, 국민주권의 상징인 참정권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과 참정권 보장은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다. 교사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한국밖에 없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학생에게 정치적 의견을 전파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두면 된다. 영국은 ‘근무시간 중’ 정치 활동만 제한한다. 독일은 교실 내 중립성은 엄격히 규율하지만 교사의 정치 표현과 활동의 자유는 보장한다.
민주시민을 길러야 할 교사가 정작 자신은 정치적 시민으로 온전히 살아갈 수 없는 작금의 상황은 모순이다.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학교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교사들이 교육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것도 비정상이다. 대학교수는 선거 출마 시 휴직이 가능하지만, 교사는 선거일 90일 전 사표를 내야 하는 것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
지난 6·3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9000명에 이르는 전국 교사들에게 마구잡이로 김문수 후보 교육특보 임명장을 뿌렸다가 물의를 빚었다. 교사의 정치 참여는 묶어놓고 표 얻기 위해 꼼수를 쓸 게 아니라, 국민의힘도 힘을 보태 여야 합의로 교사 참정권 보장 법안이 처리되길 바란다.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열린 전국 교원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교권 보호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