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재무당국이 1일 ‘환율정책 합의’를 발표했다. 경쟁 우위에 서려는 환율조작을 금지하고, “외환시장 개입은 환율이 과도하게 불안할 때만 고려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합의로 환율조작국 우려가 해소됐고, 모니터링 대상에 외환시장 ‘안정’을 넣어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지렛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합의문 문구만으로 미국의 거세지는 압력을 돌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합의문 속 ‘과도한 변동성’ 기준은 미국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고,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을 언제든 환율조작 행위로 몰아붙이고, 혹여 관세협상 후 ‘환율전쟁’을 겨냥한 사전 포석으로 이번 합의를 이용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대규모 대미 투자는 원하면서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강달러(한국의 환율 상승)조차 용인하지 않겠다는 셈이다. 오랜만의 환율 합의문에 동상이몽이 없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여전히 미국은 동맹국의 처지보다 자신의 이익에만 골몰하고 있다. 관세협상에서 합의한 ‘3500억달러 대미 투자금’의 성격과 수익 배분을 두고 지금껏 양국 입장이 엇갈리는데, 트럼프는 한발 더 나아가 “선불”이라며 골대마저 움직였다. 관세협상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감당하기 어려운 미국의 막무가내식 요구에 고개 젓고, 국익을 잣대로 결코 협상을 서둘 것은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미국에서 지난달 30일 열린 한·미 비자 워킹그룹 첫 실무회의에서 B-1 비자와 전자여행허가제(ESTA)로도 현지 공장에서 설치·보수 등 활동을 할 수 있게 하고, 주한 미대사관에 한국 기업 전담 데스크를 두기로 했다. 한국인을 구금한 ‘조지아 사태’로 국내 기업과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서자 미국의 안하무인식 태도가 바뀐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2.7% 늘어 3년6개월 만에 최고 증가율을 보였고, 관세 영향이 시작된 미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미국에서 일본·EU 차보다 10%포인트 높게 25% 관세를 무는 자동차도 미국에선 소폭 줄었지만 유럽 등 그 외 지역 수출 증가로 전체 수출액이 늘었다. 수출 성과와 조지아 사태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수출시장을 다변화시켜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비자의 급한 불은 끈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도 최대한 국익을 지키는 출구를 열어야 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면담하기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