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살해자 영남제분 회장 부인에
허위진단서 떼줘 호화 수감생활 도와
2017년 벌금 500만원형···올 4월부터 임용
김선민 의원 “부적절 인사···당장 해임해야”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의 주범인 윤길자씨는 허위 진단서로 형집행정지를 받아 병원에서 호화 수감생활을 이어갔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갈무리
2002년 발생한 이른바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의 주범인 중견기업 회장 부인에게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처벌된 박병우 전 연세대 의대 교수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으로 활동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허위 진단서 사건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을 의사들의 진료가 적정했는지 평가하는 자리에 임명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심평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박 전 교수는 지난 4월부터 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평가위원은 의료기관에서 청구하는 진료비용 중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진료비용에 대해 심사·평가하고 기준을 설정하는 일을 맡는다. 심평원은 “유방외과 전문 위원 공석이 발생해 인력충원이 필요했다”며 “서류심사 및 면접 등 채용절차를 거쳐 임명했다”고 밝혔다.
박 전 교수는 과거 국민적 공분을 샀던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의 핵심 피의자를 부정하게 도운 사실이 드러나 처벌받았다.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은 중견기업 영남제분 회장의 부인인 윤길자씨가 2002년 이화여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하지혜양을 청부살해한 사건이다.
윤씨는 형집행정지를 위해 당시 신촌 세브란스병원 교수이자 자신의 주치의였던 박 전 교수로부터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윤씨는 의사들의 허위진단서를 이용해 호화 수감생활을 했다. 2004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2007년 6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형집행이 정지되는 등 수감생활을 회피했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 박 전 교수는 허위진단서 작성·행사 및 배임수재 혐의로 2017년 대법원에서 500만원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그는 이 사건으로 2013년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3년간 회원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심평원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박 전 교수를 임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교수는 심평원을 통해 “기관에 임용되기 10여년 전에 발생한 사안과 관련해 임용된 기관의 진료심사평가위원으로 입장을 표명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김선민 의원은 “공정한 심사평가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 국민의료관리 전문기관이 허위진단서를 발급하는 의사를 진료심사위원으로 임명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심평원장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즉시 해당 위원을 해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