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 거부 취소소송 제기에…서울교육청, 대형 로펌 선임해 대응
타 교육청들 “문제 유출 등 이유” 동조 …‘모평과 모순’ 지적도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응시하게 해달라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요청을 시도교육청들이 거부하는 가운데 일부 교육청이 “응시 장소가 부족하고 문제 유출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응시 구조가 유사한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는 학교에 재학하지 않는 청소년도 응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모순적인 운영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학교 밖 청소년의 응시 가능 여부 답변서’를 보면, 모든 교육청은 “학교 밖 청소년에겐 학력평가 응시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밖 청소년은 학업 연령이 불분명하고 학력평가 시행일에 학교 밖 청소년이 시험장으로 사용할 장소의 확보가 어렵다”고 밝혔다. 또 “학교 밖 다양한 고사장 운영 시 문답지 유출,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을 제외한 16개 시도교육청은 “전체 시도교육청 합의에 따라 재학생 대상으로 하는 평가인 학력평가의 응시 기회는 학교 밖 청소년에게 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북도교육청은 학교 밖 청소년에게 학력평가 응시 장소를 제공하려 했으나 “전체 시도교육청 합의에 따르게 돼” 당초 계획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시도교육청이 돌아가며 문제를 내는 학력평가는 2001년부터 시행됐다. 고교 1~3학년 학생들이 연 4회 치른다. 학력평가는 고3 학생들에게 수능과 유사한 형태로 출제돼, 6월·9월 모평과 함께 실제 시험장 분위기에 맞춰 문제를 풀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학교 밖 청소년의 학력평가 응시 수요는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약 16만5000명(2023년 기준)으로 추산되는 학교 밖 청소년 중 학업 의지를 가진 이들은 40% 정도로 조사됐다.
17개 시도교육청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6월·9월 모평 기회는 제공하면서 학력평가 응시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모평 때는 방송통신대, 청소년센터 등에 시험장이 마련된다. 모평과 학력평가의 시험 조건이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추가 투입되는 행정 비용도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의 응시제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서울시교육청은 입장을 바꿔 로펌을 선임해 관련 행정소송에 대응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6월 서울시의회에서 학교 밖 청소년의 학력평가 응시제한에 관한 질문에 “확인해 시정조치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학교 밖 청소년과 공익법단체 ‘두루’가 서울시교육감, 경기도교육감 등을 상대로 학력평가 응시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자 법무법인 세종의 변호사 4명을 선임했다.
학교 밖 청소년과 두루는 지난 6월5일 학력평가 응시제한이 헌법상 보장된 교육받을 권리, 교육기본법의 학습권과 교육 기회 균등, 학교밖청소년지원법의 학습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행위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고민정 의원은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기회가 차별 없이 보장될 수 있게 교육청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