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EU·인도·CIS 증가 영향
대미 감소에도 3년6개월 만에 경신
“관세협상 등 불확실성 여전히 커”
그래픽 | 엄희삼 기자
지난달 한국 수출 규모가 3년6개월 만에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신기록을 쓸 수 있었던 건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 덕분이었다. 주요 수출 지역 중에서 관세 부과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만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감소했고, 나머지 지역은 모두 증가했다.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9월 수출입 동향’ 자료를 보면, 9월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2.7% 증가한 659억5000만달러(약 92조5600억원)였다. 이는 기존 역대 최대치인 2022년 3월(638억달러)보다 21억5000만달러 큰 규모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가 4분의 1을 차지했다. 반도체 역시 지난해보다 22.0% 증가한 166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 8월 기록(150억9700만달러)을 한 달 만에 경신했다.
산업부는 “인공지능(AI) 서버를 중심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가 강한 수요를 보였고, 메모리 고정 가격도 양호한 흐름을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역시 역대 9월 중 최대 실적을 거뒀다. 미국의 25% 품목관세 부과로 인한 대미 수출 감소에도 유럽연합(EU), 독립국가연합(CIS·옛 소련 지역 국가 모임) 등으로의 수출이 늘어나며 지난해보다 16.8% 증가한 64억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와 선박(21.9%)·석유제품(3.7%) 등 주요 15대 품목이 증가했고, 농수산식품(21.4%)·화장품(28.5%)·전기기기(14.5%) 역시 호실적을 견인했다.
지역별로는 9대 주요 지역 중 미국만 감소했다. 9월 대미 수출액은 1.4% 줄어든 102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산업부는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자동차·일반기계 등 주요 품목의 대미 수출이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EU·인도·CIS는 월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우리 수출기업들이 미국의 관세 조치 등 어려운 대외 통상환경에 직면했을 때 수출시장 포트폴리오를 신속하게 다변화해 위기를 기회로 가져올 수 있었다”며 “다만 아직은 미국과의 관세협상 등 우리 수출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