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셧다운’ 위기감 등 영향…국내 금 거래 투자 몰렸지만, 차익 매물 쏟아지며 ‘냉각’
국내 금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g당 20만원을 돌파한 뒤 같은 날 10% 넘게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금값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면서 투기 심리에 불이 붙었으나 차익 매물이 쏟아지며 단숨에 냉각된 양상이다.
장기적으로 금값은 상승 전망이 강하지만, 거품 낀 가격에 매입하면 손실을 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금값은 이날 사상 처음으로 장중 한때 g당 20만원선을 돌파했다. 국내 거래소에서의 금값은 지난달 24일부터 일주일간 약 13.9% 폭등한 반면, 국제 금 가격은 약 3% 오르는 데 그쳤다. 국내 금값이 해외 시세보다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김치 프리미엄’은 지난달 30일 기준 11.7%였다.
이런 추이는 국내 시장에 투자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금값은 올해 5~7월 잠시 조정을 받았으나, 8월 중순부터 상승세가 가팔라져 투기 심리를 자극한 바 있다.
하지만 금값은 이날 오전 g당 최대 20만3000원을 기록한 뒤 몇시간 지나지 않아 11% 급락하며 18만원대로 내려앉았다. 한국거래소 금시장을 추종하는 ‘ACE KRX금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정적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됐다. 정적 VI는 직전 단일가 대비 10% 넘게 등락할 경우 발동된다.
금 가격이 일반적으로 크게 움직이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10% 이상의 변동은 이례적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금의 공급에 비해 수요가 높은 요인이 가장 크고, 국제 금시장 역시 변동성이 있어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명절 연휴기간 중 글로벌 시장 상황에 따른 가격 급변 가능성이 높고, 최근 국내 가격과 국제 가격 간 괴리가 확대되는 점을 감안해 금 투자 시 유의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14일에는 미 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금 수요로 쏠리며 김치 프리미엄이 20% 이상 급등했으나, 월말에 2%로 줄어들어 투자자들이 고통을 겪은 바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금값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지난달 29일 기준 온스당 3866달러로 올해 들어 46.1% 올랐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가격도 198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가치와 미 금리는 금값을 좌우할 최대 변수다. 미국의 재정 건전성 우려 등으로 달러가 안전자산 지위를 잃어가자 금값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미 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위험에 따른 경기 악화 우려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며 투자처로서 금의 매력도 커졌다.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값을 떠받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