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김·레이철 민영 리·윤 선
스팀슨센터 연구위원
선 국장은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주한미군은 미국의 군대”라면서 “한국은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한국의 선택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베넷 연구위원은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비핵화는 없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대신) 북한의 핵 확대 억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김 | 레이철 민영 리 | 윤 선
주한미군, 군사 태세·기능 더 중요 사령관 계급 4성→3성으로 내리고 한국에 대북 관련 주도권 넘길 수도 중국 견제로 주한미군 역할 전환 한국이 거부할 수 있는 사안 아냐 북·중 공동성명서 ‘비핵화’ 빠져도 ‘핵보유국 인정했다’ 판단은 일러 트럼프, 남은 외교성과는 북한뿐 북 9차 당대회 이후 정상회담 유력
- 트럼프 행정부의 새 NDS에 주한미군 감축 방안이 담겨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가.
제임스 김 = 주한미군은 동맹 현대화라는 큰 틀 안에서 다뤄지기 때문에 단순히 숫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미국의 전반적인 군사 태세가 어떻게 변하느냐, 그에 맞춰 주한미군에 어떤 기능이 배치되느냐가 더 관건이라고 본다. 현재 주한미군의 대부분은 후방 기능을 맡고 있는 육군이다.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을 위해 전방에 배치할 수 있는 공군·해군·해병대 등으로 주한미군 기능을 재편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NDS에 J D 밴스 미 부통령의 뮌헨 안보회의 연설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 관측에 따르면 인도·태평양 지역보다 자국 내 안보 이슈 비중이 커질 수 있다. NDS는 극히 일부 내용만 압축해 공개되기 때문에 지금 미국 현안인 국경이나 불법 이민자 내용 위주로 공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취하는 조치를 보면서 NDS에 어떤 내용이 담겼을지 추측하는 게 오히려 더 정확할 것이라 생각한다.
- 전작권은 어떻게 될 것이라 보나.
김 = 동맹 현대화를 통해 미국의 군사 태세를 바꾼다는 얘기는 전략이 바뀐다는 뜻이다. 그에 맞춰 유사시 전술을 바꾸려면 현재 동북아 지역 지휘권을 주한미군사령관이 갖고 있는 구조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주한미군사령관을 3성 장군으로 내리고 대북 관련 주도권은 한국군에 넘기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 한국은 주한미군의 역할이 중국 견제로 전환되는 상황만큼은 막으려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새 NDS를 통해 한국을 어느 정도 압박할 것이라고 보나.
윤 선 = 한국은 선택지가 있다고 믿을 수도 있지만 실제 그런 상황이 왔을 때 한국에 선택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병력이다. 미국 정부가 정치적 결정을 내려 주한미군을 대만 문제에 투입하기로 결정한다면 한국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 않나. 다만 앞으로 5~10년 안에 대만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만 정치인들조차 중국이 당장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 국방의 최우선 과제가 대만해협 유사 사태 대비라고 보기는 어렵다.
- 최근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북·중·러 정상들이 전례 없는 연대를 보여줬다. 한·미·일 대 북·중·러 간 냉전 구도가 심화하는 신호라고 보는가.
선 = 내 대답은 ‘예스 앤드 노’다. 물론 그들은 연대를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패권경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신호는 보지 못했다. 미·중관계가 지금까지처럼 계속 적대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진영이 필요 없고 냉전 구도도 성립하지 않는다.
-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통해 처음으로 다자외교 무대에 등장했다. 그 의미와 중요성을 어떻게 보는가.
선 =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김 위원장이 중국·러시아 지도자들과 같은 무대에 선 것은 아버지나 할아버지도 이루지 못한 일을 해낸 것이다. 김 위원장의 국내외 정통성을 크게 높여준 사건이었다고 본다.
레이철 민영 리 = 북한은 러·우크라이나 전쟁 참여를 통해 반서방 블록의 확실한 일원이 됐는데 블록의 리더인 중·러 정상과 나란히 선 모습을 통해 지위가 격상되는 효과를 누렸다.
- 북·중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비핵화라는 표현이 빠졌다. 이를 두고 한국 일각에선 중국이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데.
이 = 아직 그 판단은 이른 것 같다. 중국이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에 앞서 군수기업과 미사일연구소를 시찰한 것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메시지로도 읽혔다. ‘비핵화 얘기는 꺼내지 말라’는 신호 말이다. 사실 지금 북한과의 관계 복원이 더 아쉬운 쪽은 중국이라고 본다. 북·러관계는 이미 급진전했고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되는데 자신들만 거기서 빠지고 싶지 않을 거다. 다만 중국이 북한 핵을 용인한다는 뜻으로 해석하긴 어렵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에 와서 하는 말들을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 = 언제든지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북한을 보면 미국 비난은 해도 트럼프 대통령 비난은 안 한다.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이에 대한 지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회담) 시기는 (내년으로 예정된) 북한의 9차 당대회 이후가 될 거라고 본다. 사실 지금 북한 국내 상황이 여의치 않다.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5개년 목표 성과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9차 당대회 때 정권 기반을 더 탄탄하게 할 수 있다.
-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패싱될 우려는 어떻게 보나.
이 =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성과가 큰 게 없다. 남은 건 사실상 북한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논의는 제외하자고 하면 김 위원장 입장에선 안 만날 이유가 없고, 그 과정에서 한국이 패싱당할 가능성은 있다. 사실 지금 미국에는 트럼프와 트럼프 행정부, 두 개의 정책이 있다는 말이 있다. 행정부 차원에서는 비핵화를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그 말을 한 적이 없다. 한국 입장에선 우려 사항을 적극적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