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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재벌 등 기업인들의 비리 범죄 처벌 체계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예고됐습니다.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려면 사회적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부작용 방지 대책을 세밀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정교한 보완책이 전제되지 않은 배임죄 폐지는 재벌·경영진에겐 면죄부가 되고 주주 권리와 시장 질서를 훼손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며 "투명한 지배구조, 공정한 시장질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함께 만드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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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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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쏘아올린 ‘배임죄 폐지’ 논쟁···‘재벌 봐주기’ 될까?

입력 2025.10.02 07:00

  • 조해람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TF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TF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재벌 등 기업인들의 비리 범죄 처벌 체계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예고됐습니다. 정부·여당이 대표적인 경제형벌인 ‘배임죄’를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입니다. 경영계는 배임죄가 ‘걸면 걸리는’ 법이라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옥죈다며 폐지를 주장해 왔습니다. 시민사회는 재벌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을 수단이 사라진다며 폐지에 반대합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점선면이 배임죄 폐지 논쟁을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점(사실들): “배임죄 폐지하고 보완입법”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110개 경제형벌 규정을 바꾸는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가장 주목받은 내용은 1953년 형법 제정 때부터 존재했던 배임죄를 72년 만에 폐지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부는 대신 경영진 견제·처벌 공백을 막기 위한 대체 입법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소액주주의 기업 정보 접근권을 강화하는 ‘디스커버리(상대가 가진 증거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 제도, 집단소송제도 도입 확대 등이 대책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배임죄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죄입니다. 형법상 횡령죄와 경계가 다소 모호한데요. 보통 횡령죄가 ‘재물’을 대상(객체)으로 한다면, 배임죄는 행위자가 얻는 ‘재산상 이익’을 대상으로 한다고 구분합니다.

선(맥락들): “기업활동 위축” VS “재벌 비위 통제”

논쟁은 오래됐습니다. 경영계 등 폐지 찬성론자들은 배임죄의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고 모호해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경영진이 나름 고심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는데 손해가 난 경우에도 배임죄로 고소·고발될 수 있다는 겁니다. 배임죄는 손해를 끼칠 ‘위험’까지 구성요건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이사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 모두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무)’가 도입되면서 배임죄 폐지론은 탄력을 얻었습니다. 경영상 합리적 판단도 주주들이 배임으로 걸 수 있으니 배임죄를 폐지해야 균형이 맞는다는 주장입니다.

경영계는 배임죄의 모호성 때문에 연 2000여건의 관련 신고가 접수되는데, 정작 전체 배임죄 사건의 1심 무죄율은 6.9%로 전체 형사범죄 무죄율(3.3%)의 2배 이상이라고 지적합니다. 명확한 입증은 어렵지만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기엔 충분한 수단이라는 이야기지요. 폐지 찬성론자들은 배임죄를 ‘걸면 걸리는 법’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법’이라고도 부릅니다.

시민사회 등 폐지 반대론자들은 재벌 비리가 심각한 한국 경제에서 배임죄가 효과적인 통제장치로 기능해왔다고 반박합니다. 재벌 총수 일가가 그룹을 장악하거나 2·3세 승계를 위해 저지르는 각종 위법은 대부분 배임죄에 걸립니다. 2011~2021년 배임죄로 재판에 넘겨진 재벌 총수 일가 22명 중 19명이 유죄가 확정됐는데요. 주로 회사자금 횡령, 조세포탈, 비자금 조성 등이었습니다. 법적 모호성에 대한 반박으로는 헌법재판소의 2015년 결정이 꼽히는데요. 당시 헌재는 “배임죄의 요건은 대법원 판례 등으로 정해져 있다”며 전원일치 의견으로 배임죄가 합헌이라고 봤습니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국회에서 배임죄 폐지 관련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국회에서 배임죄 폐지 관련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면(관점들): “정교한 보완책 필요”

국민의힘은 이번 발표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의심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배임죄로 걸려 있는 ‘대장동 재판’을 무효화(면소)하기 위해 배임죄를 없애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죠.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배임죄 폐지에 부정적이었던 민주당이 폐지를 주장하고, 폐지를 주장해 왔던 국민의힘이 비판에 나서는 특이한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공세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배임죄 폐지 논쟁은 대장동 사건 이전부터 있었고, 국민의힘 쪽에서 배임죄 완화·폐지를 주장해 온 전력도 있죠. 배임죄 폐지가 한국 경제 체질에 미칠 막대할 영향을 생각하면 ‘진영논리’를 벗어두고 제대로 득실을 논의해야 합니다.

해외 사례를 볼까요. 미국과 영국 등 영미법계 국가는 형사범죄로서의 배임죄를 두지 않습니다. 대신 민사 영역에서 경영자의 ‘주의의무’와 ‘(회사 이익에 대한) 충실의무’를 다루죠. 배임죄를 형사범죄로 보는 나라는 독일과 일본입니다. 다만 독일은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합리적 판단’이라면 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보는 등 요건을 엄격하게 따집니다. 일본도 ‘고의성’을 중요하게 봅니다. 원래 국회에 제출된 배임죄 완화 형법 개정안들은 독일 모델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결론은 형법상 배임죄가 아예 없는 미국·영국 모델로, 국회 개정안보다 더 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났습니다.

정부는 디스커버리 제도 등 대체입법으로 부작용을 막겠다고 하지만, 시민사회의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재벌·경영진 비리를 막을 보완책이 마련되지도 않았는데 배임죄 폐지를 주장하는 건 순서가 바뀐 접근이라는 비판입니다.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된다 해도 내부자가 아닌 이상 총수 일가의 비위를 명확하게 찾아내는 건 어렵습니다.

정쟁으로 몰아갈 일도, 속도전으로 밀어붙일 일도 아닙니다.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려면 사회적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부작용 방지 대책을 세밀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정교한 보완책이 전제되지 않은 배임죄 폐지는 재벌·경영진에겐 면죄부가 되고 주주 권리와 시장 질서를 훼손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며 “투명한 지배구조, 공정한 시장질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함께 만드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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