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오바마케어’(의료보험) 보조금이 삭감된 공화당의 내년 회계연도 임시예산안 처리를 놓고 대치하면서 결국 연방정부는 1일(현지시간)부터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에 돌입했다. 상·하원 민주당 지도부는 의료보험 보조금을 반드시 되살리겠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상대로 ‘투쟁’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같은 행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독주를 견제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정부 책임성을 중시해온 기존 입장에도 배치되는 등 “위험 부담이 따른다”(워싱턴포스트)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셧다운 우려가 고조됐을 때만 해도 분열된 모습을 보였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셧다운이 발생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당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고 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전횡이 극대화될 것을 우려하며 공화당 주도 예산안 처리에 협조했다가 당내 진보 진영으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것은 트럼프 셧다운”(슈머 원내대표)라며 똘똘 뭉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셧다운이 장기화하면 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어느 정당이 정부 프로그램 중단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 공무원 추가 해고 위협이 민주당의 정책 목표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셧다운 허용은 무책임한 정치’라는 민주당의 입장에도 배치된다.
미국 민주당 소속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가운데)와 지도부 의원들이 1일(현지시간) 연방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부 온건파 민주 상원의원들은 교착 해소를 위해 오바마케어 관련 협상은 지속하되 기간을 단축한 임시예산안을 처리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주류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AP통신도 “셧다운에 찬성한 민주당 의원들이 이제는 출구를 찾아야 한다”면서도 상원 내부 입장 차 등을 고려하면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지역을 셧다운으로 인한 타격을 주기 위한 표적으로 삼고 있는 점도 문제다. 민주당 내 반트럼프 선봉인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코네티컷)은 “트럼프의 무법 행위가 확대될수록 우리는 굽히기보다는 더욱 꼿꼿이 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셧다운 기간이 길어질수록 양쪽에서 타협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 지역구 소속으로 하원 예산안 표결 시 민주당 의원으로 유일하게 찬성한 재러드 골든 하원의원(메인)은 “(셧다운은) 극좌 그룹의 요구에 굴복해 트럼프에 대한 반발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지도부를 공개 비판했다.
존 슌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앞으로 매일 임시예산안에 관한 표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도 성향 민주당 상원의원 7명의 입장이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현재 상원 의석은 공화 53명, 민주 47명(무소속 1명 포함)으로 나뉘어 있다. 찬성 55-반대 45로 부결된 지난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으로 유일하게 반대한 랜드 폴 상원의원(공화·켄터키)이 이번엔 찬성한다고 가정하면, 민주당 의원 7명만 찬성하면 공화당은 법안 통과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게 된다.
미국 상·하원 공화당 지도부 의원들이 1일(현지시간)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