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행정정보 시스템 화재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8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클라우드 기반 G드라이브 자료 저장소가 전소되면서 74개 기관 공무원 19만명의 업무자료가 모두 사라졌다. G드라이브는 별도 백업(복사 저장)이 없어 복구도 불가능하다. 장기간 축적돼온 귀중한 행정자료들이 몽땅 소실된 셈이다. 이번 화재로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시스템이 사라져 장애인활동지원사 급여 지급과 장애인 바우처 사용 등에서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화재로 인한 행정자료 손실이 추석 전후 취약계층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실이 행정안전부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1월 정부 전산망 마비 사태 이후 행안부는 2024년 1월31일 ‘디지털 행정서비스 국민신뢰 제고 대책’을 마련해 1·2등급 정보시스템 전반에 재해복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사시 한쪽 공공망이 멈추면 다른 쪽이 즉시 작동하도록 하는 ‘이중화’를 전면화하는 쪽으로 재해복구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행안부는 그러나 석 달 뒤인 4월 ‘정보시스템 등급별 2025년 예산 수립 기준’ 지침을 각 부처에 돌려 1·2등급 정보시스템의 이중화 구축 투자를 금지하도록 했다. 대국민 발표를 뒤집는 행정지침을 내린 것이다. 대규모 감세로 재정 부족에 빠진 윤석열 정부가 긴축 차원에서 공공망의 보안·안전 투자를 막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번 화재로 손실된 대전 본원의 647개 시스템 중 248개(38%)는 이중화는 물론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백업조차 없는 실정이다. 관련 투자가 제때 이뤄졌더라면 손실이 없거나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화재로 전자바우처 시스템이 사라져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의 근무내역 입력이 불가능해지고 급여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혼란이 커지고 있다. 활동지원사의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 가정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가 관련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으나 추석 명절에 복지서비스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꼼꼼히 챙길 것을 당부한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화재와 관련해 전 정부를 탓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중화’는 말할 것 없이 공무원 데이터가 대거 백업 시스템 없이 불에 타버려 복구 작업과 데이터 손실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사태를 초래한 윤석열 정부의 행정 과오에 대해 철저히 진상과 책임을 규명해 국가적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