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 수조에 담긴 불탄 배터리들 (9월 29일)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들이 28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앞 소화 수조에 담겨 있다. 지난 26일 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배터리 화재는 약 22시간 만인 27일 진화됐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에서 지난 26일 발생한 화재로 ‘정부24’ 등 647개에 달하는 국가 행정·업무 시스템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정부 전산망 마비라는 초유의 사태는 정부가 이중 서버 시스템 구축, 전산망 확대 및 노후 장비 교체를 위한 투자 등 재해·재난 사태 대비에 게을리해 발생한 인재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직접적인 화재 원인은 보증기간이 지난 노후 배터리에서 발생한 불로 확인됐습니다. 전소된 시스템이 재가동되는 데는 약 2주가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29일 월요일자 1면 사진은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탄 리튬이온 배터리들이 소화 수조에 담긴 모습입니다. 초유의 정부 전산망 먹통에 구청, 우체국, 공항 등 공공시설의 서비스 중단 안내문 사진 정도를 챙길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국정자원 앞 수조에 담긴 배터리 사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답은 현장에 있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 ‘중국 단체관광 비자 면제’ 첫날…“한국 즐기러 왔어요” (9월 30일)
중국인 단체관광객 대상 비자 면제 정책 시행 첫날인 29일 인천 연수구 인천항을 통해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 첫날인 29일 국내 관광·유통업계는 ‘손님맞이’에 들떴습니다. 이날 ‘첫 단체’는 인천항으로 입국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 1700여명입니다. 이틀 전 중국 톈진에서 출발한 크루즈를 타고 인천항에 도착한 관광객들은 버스를 타고 남산과 명동 등 서울의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고 시내 면세점들을 찾았습니다. 한편 이날 보수 성향의 단체는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반대하는 ‘반중(反中)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내년 6월 30일까지 15일 범위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다는 방침입니다.
1면 사진은 크루즈를 타고 인천항을 통해 입국하는 중국 단체 관광객들 모습입니다. 중국인들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고, 배경으로 유람선이 보이는 사진을 골랐습니다. 이날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에서 중국인들을 기다렸지만, 규모나 분위기가 있는 사진은 안 보였습니다. 공항 입국장으로 들어오는 이들이 중국인 단체라고 단정하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확실한 중국 크루즈 관광객 사진을 쓴 이유입니다.
■ 두 손 마주 잡은 ‘이웃’ 정상 (10월 1일)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APEC하우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에서 세 번째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셔틀외교 재개에 따른 양국 협력 강화를 약속했습니다. 두 정상은 양국 공통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 운영 방안에 대한 합의문도 도출했습니다. 이번 회담에서도 과거사는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회담은 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일본을 방문한 데 따른 답방으로, 일본 총리가 한국 지방 도시를 찾은 건 21년 만입니다.
1면 사진은 한·일 정상이 부산 해운대 누리마루APEC하우스에서 악수하는 장면입니다. 첫 정상회담이었다면 모든 사진을 제쳐두고 유력한 1면 사진이었을 텐데, 세 번째 정상회담이라고 해서 잠시 고민했습니다. 이 회담이 아닌 다른 주요한 기사엔 1면 후보군에 들 사진이 없었습니다. 1면 사진이라는 타이틀도 그날의 대진운이 좋아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첫 정상회담은 아니었지만, 곧 물러나는 이시바 총리의 임기 마지막 한·일 정상회담이었습니다.
■ 본대로 믿는 사실화(化)를 경계하라…민주주의를 지키는 미디어 리터러시 (10월 2일)
신문, 방송, 유튜브, SNS 등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들이 각종 스마트기기에 펼쳐져 있다. 권도현 기자
경향신문이 창간 79주년을 맞았습니다. 10월6일이 창간일이지만 명절 연휴인 관계로 창간기념 지면은 2일자로 만들었습니다. 창간호에는 의례 창간기획을 싣습니다. 이번 기획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미디어 리터러시’입니다. 기획팀은 프롤로그에서 지난해 12·3 불법계엄 사태의 선포와 해제, 이를 해명·변호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장한 내용이 소위 ‘가짜뉴스’라 불리는 ‘허위 조작 정보’의 가장 전형적이고 위험한 사례로 들었습니다. 이 사태의 배경에는 최고 권력자의 미디어 리터러시 부재가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정보의 생산과 유통의 폭력적이고 급진적 변화 속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1면 사진은 신문, 방송, 유튜브, SNS 등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를 30여대의 스마트기기 위에 펼쳐놓은 장면입니다. 허위 조작 정보의 위험성이 더욱 커진 환경에서 어떤 정보를 선택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질문을 이미지화했습니다. 이 사진을 “그래픽이냐”고 묻는 이들이 있더군요. 2인 1조가 되어 번갈아 가며 꺼지는 화면을 켜고, 다시 사진을 띄워가며 3시간여 공을 들인 사진입니다.
■ 가족과 ‘따로 또 같이’…어디든, 떠나는 설렘은 같다 (10월 3일)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이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번 연휴 기간 동안 인천공항을 오가는 이용객이 245만 3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수빈 기자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일에 실질적으로는 연휴가 시작됐습니다. 이날 인천공항에는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로 붐볐습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번 연휴에 인천공항을 오가는 이용객이 245만3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22만3000명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 하루 평균 이용객 20만명보다 10% 이상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붐비는 날은 개천절인 10월3일로 이날 12만9000명이 출국하는 등 총 23만9000명이 공항을 찾습니다. 하루 평균 역대 최다가 될 전망입니다.
1면 사진은 인천공항 면세구역이 여행객들로 붐비는 모습입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하는 날(3일) 받아보는 신문의 1면 사진은 고향의 정을 느끼게 하는 지역 오일장 사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이 매번 설과 추석 명절 때마다 들었던지라, 1년에 한두 차례 보는 장면도 사진회의 참석자에겐 익숙해져 버린 모양입니다. 자식 손주 맞을 준비하는 어르신들 모습을 담은 오일장 사진은 1면에서는 탈락했습니다. 위 사진제목처럼 고향을 가든, 여행을 가든 설렘이라는 건 똑같겠지요. ‘추석=고향’이라는 공식이 아직 유효하지만, ‘추석 연휴=해외여행’이라는 등식도 자리 잡은 지 오랜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