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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의 표지판에 '무신사역'이란 명칭이 병기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26일 무신사와 3억3000여만원 규모의 성수역 역명 병기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8월 성수역 역명 병기 입찰에 무신사가 단독으로 응찰해 낙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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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역 역명에 ‘무신사역’ 병기…주민들 “거대 플랫폼이 동네 정취 삼킬라”

입력 2025.10.04 10:30

  • 백민정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반경 1㎞ 이내 기업 역명 병기···무신사 단독 응찰해 계약 체결

“지역 정체성 덮일까” 우려 “시민 공감 얻을 수 있는 방안 필요”

서울 성동구 성수동 번화가 모습. 성동훈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 번화가 모습. 성동훈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의 표지판에 ‘무신사역’이란 명칭이 병기된다. 무신사는 한국 최대 온라인 의류 쇼핑몰 기업이다. 지역 주민들은 거대 기업인 무신사가 성수동이란 지역의 정체성을 훼손하지는 않을까 우려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26일 무신사와 3억3000여만원 규모의 성수역 역명 병기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8월 성수역 역명 병기 입찰에 무신사가 단독으로 응찰해 낙찰을 받았다.

역명 병기 제도는 지하철역 이름 옆에 기업·기관 명칭을 붙이는 방식으로, 반경 1㎞ 이내 기업만 참여할 수 있다. 계약은 3년 단위로 하며 최대 6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역명판과 출입구, 노선도, 안내방송 등에서 기업명이 반복적으로 노출돼 홍보 효과가 크다고 한다. 현재 강남역(하루플란트치과의원), 을지로3가역(신한카드), 여의도역(신한금융투자) 등이 기업명을 병기하고 있다.

지역 주민과 이용객들은 무신사역 병기로 지역 고유의 정체성이 훼손될까 우려한다. 지난달 29일 성수동에서 만난 대학원생 오지희씨(28)는 “성수는 수제화 거리와 스타트업, 붉은 벽돌 같은 고유한 정체성이 있는데 역 이름마저 무신사역이 되면 거대 플랫폼이 덮어버리는 느낌이라 씁쓸하다”고 말했다. 성수역 인근 화양동에 19년째 살고있는 지모씨(57)는 “‘성수’가 성스러운 물(聖水)이라는 뜻인데, 예쁜 지명까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성수는 다양한 편집숍, 카페, 갤러리로 즐기는 ‘감성 핫플’인데 무신사역이 되면 분위기가 깨진다”, “성수역은 힙하고 좋아보이는데 무신사역은 어감이 별로다”, “어르신들은 무신사가 뭔지 몰라 헷갈리실 것 같다” 등 부정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지하철이 역명을 판매하는 이유는 만성 적자 해소를 위해서다.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4년간 해당 사업을 통해 149억7000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을 알려졌다. 서울교통공사 외에 한국철도공사, 부산교통공사, 인천교통공사, 대구교통공사도 역명 유상 병기 사업을 하고 있다.

지하철이 대표적 공공재인 만큼 단순 광고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대한 문제 제기도 적지 않다. 특히 재정 여력이 있는 대기업·플랫폼 기업만 참여할 수 있어 지역 소상공인이나 공익 단체는 사실상 배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수역 인근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31)는 “무신사가 성수역 일대를 ‘무신사 타운’으로 바꾼다고 들었는데, 유동인구가 늘 수는 있겠지만 결국 동네 특유의 정취가 사라지고 무신사만 남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기업명 변경이나 계약 종료, 도산 시마다 역명 변경이 불가피해 시민 혼란과 추가 비용 발생 우려가 제기된다. 교통공사가 광고·병기에 의존해 재정을 메우려 할 경우, 장기적인 공공재정 안정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시민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의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역사와 지역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업과 협업해, 수익을 단순 홍보가 아니라 역사 시설 개선이나 인프라 투자로 연결시키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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