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강동원 주연··화제 적었지만 캐릭터 돋보여
전지현 대사 “중국 왜 전쟁 좋아할까” 발언 논란
“극중 세계 허구···특정 국가에 대한 표현 아냐”
차기작 ‘형사 박미옥’으로 김희원 PD와 또 합작
디즈니플러스 <북극성> 스틸 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플러스 첩보 멜로물 <북극성>이 지난 1일, 마지막 화인 9화까지 모두 공개됐다. 배우 전지현과 강동원의 만남만큼 기대를 모은 건,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2022)에서 합을 맞춘 정서경 작가와 김희원 PD의 재회였다. 그 사이 두 사람은 영화 <헤어질 결심>(각본 정서경·박찬욱)과 드라마 <눈물의 여왕>(연출 장영우·김희원)이라는 필모그래피를 각각 더했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북극성>은 배우와 제작진의 이름값만큼의 화제를 모으지는 못했다. 하지만 시리즈는 ‘권력을 지향하는 여성’이라는 보기 드문 캐릭터들을 남겼다.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2일 만난 정 작가와 김 PD는 “강한 여성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김 PD의 제안에서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북극성>은 갈래는 다르지만, ‘강한’ 여성들이 극의 중심을 이끈다. 유연한 카리스마를 보이는 여성 대통령 채경신(김해숙)과 차기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는 전 유엔 대사 서문주(전지현)는 합리적인 이성과 애국심을 갖췄다. 이상적인 인물만 나오는 건 아니다. 문주의 시어머니인 임옥선(이미숙)은 대한민국 정·재계를 자신의 시나리오대로 주무르려는 탐욕을 숨기지 않는다.
디즈니플러스 <북극성>의 대통령 채경신 역의 배우 김해숙.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MBC <돈꽃>(2018), tvN <빈센조>(2021) 등을 연출한 김 PD는 “남성 먼치킨물(압도적인 능력을 갖춘 주인공이 등장하는 서사) 제안을 많이 받았다”며 “그것도 재미있지만, 여성 캐릭터로 이를 도전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정 작가는 거대담론 위의 ‘첩보’와 아주 사적인 ‘멜로’라는 이질적인 장르를 붙여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대통령 후보였던 남편 장준익(박해준)이 피살되자 살해범을 찾기 위해 스스로 대통령 후보가 되는 문주와, 그를 지키는 미스테리한 특수요원 산호(강동원)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디즈니플러스 <북극성> 스틸 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대한민국을 둘러싼 미국, 중국, 북한 등과의 국제적 관계는 극의 주요한 소재로 쓰였다. 정 작가는 “현실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한민국-1’처럼 허구의 공간으로 설정했다”면서도 “그 (국제 관계) 안에서 한국의 힘이 얼마나 작은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내외 사정에 의해 전쟁이라는 것이 일어날 수도 있다면, 그런 무력한 가운데서 주인공이 어떤 힘을 가질 수 있을지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극 중 문주가 “중국은 왜 전쟁을 선호할까요”라고 말한 것에 전지현이 중국 네티즌들에게 비판을 받는 것을 보고 “대사를 제가 쓴 만큼 직접 나서서 이야기해야 하나, 생각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극성>의 세계는 SF처럼 허구의 세계로 특정 국가에 대한 표현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북극성>을 연출한 김희원 감독.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OTT 시리즈는 이번이 처음인 두 사람은 <북극성>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 했다. TV 드라마를 오래 연출한 김 PD는 “해본 중 가장 짧은 편수이면서도 한 번에 공개되는 게 아니라 주 단위 공개되는 형식”에 대해 “OTT와 레거시 작업 방식을 반씩 합친 형태로 느꼈다”고 했다. 그는 “영화를 하던 스태프분들과 새로 합을 맞추며 연출적으로 공부가 많이 됐다”고 했다.
<북극성>을 쓴 정서경 작가.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박찬욱 감독의 오랜 창작 파트너로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 <아가씨>(2016) 등을 쓴 정 작가는 유독 <북극성>에 개연성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를 생각해봤다고 했다.
그는 “이전에도 ‘개연성 있는’ 걸 써오진 않았던 것 같다.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면 흥미를 못 느끼는 작가인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하지만 전작들이 현실과의 선이 확실했었다면, 이번 작품은 현실의 국제 정세 등에 대입해볼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현실과의 경계가 흐려져서, 더 개연성 없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구나 싶었다”며 “어떻게 균형을 찾을지가 고민”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형사 박미옥>이라는 시대극을 차기작으로 준비하고 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굳건하기에 ‘또 한 번’ 함께 하기로 했다. 김 PD는 “정 작가는 드라마와 영화를 병행할 수 있는 특수한 위치에 있는, 너무 소중한 작가님”이라며 “그 작품 세계를 잘 펼칠 수 있게 돕고 싶다”고 했다.
정 작가도 ‘동지애’를 말했다. 그는 “영화에서 드라마로 넘어오면서, 놀라울 정도의 ‘죽고 사는 현장’을 보게 됐다”며 “이분들이 가진 능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며 “암벽 등반할 때 서로를 의지하는 종류의 유대감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