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 사는 쥐 ‘플룸’은 주인 그레고리 모로의 어깨 위에 앉아 파리 시내를 누빈다. 주인 모로는 파리 11구의 부구청장이다. 모로 부구청장과 플룸은 동네 시장에서부터 파리 대표 관광 명소인 에펠탑 등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쥐에 대한 혐오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쥐 인식 개선 캠페인’을 펼치는 모로 부구청장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프랑스 동물권정당인 동물주의당(PA) 소속인 모로 부구청장은 귀여운 쥐 사진이 붙은 전단지를 배포하며 쥐가 인간에게 무해한 동물이라고 알려왔다.
지난달 16일 파리 벨빌 지역의 한 시장에서 그레고리 모로 파리 11구 부구청장의 어깨 위에 그의 애완쥐 플룸이 앉아 있다. AFP연합뉴스
이 모습을 본 시민들은 유명 애니메이션 <라따뚜이> 속 생쥐 레미를 떠올린다. 라따뚜이는 요리사를 꿈꾸는 생쥐 레미가 파리 최고급 레스토랑의 주방에 우연히 들어가 수습 요리사 링귀니의 요리사 모자 속에서 함께 요리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모로 부구청장은 쥐가 혐오 동물이라는 인식은 오늘날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쥐는 과거 14세기 흑사병을 옮겼다는 이유로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서 “오늘날 쥐가 질병을 옮기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 환경적 측면에서도 쥐는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처리해 하수도가 막히는 일을 방지하고 있다고 했다.
<쥐와 인간> 저자 피에르 팔가이라크도 과거 프랑스 방송 TF1과 인터뷰에서 “도시쥐 한 마리가 1년에 약 9㎏의 쓰레기를 먹어 치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모로 부구청장은 과도한 쥐 개체수 확산은 조절해야 하지만 그 방식은 보다 윤리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쥐약을 설치해 쥐를 죽이는 방식은 “잔인할뿐더러 쥐들이 쥐약에 면역이 생길 경우 궁극적으로 비효율적인 결과를 낳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간이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쥐에게 먹이를 덜 제공하는 방식이 더욱 효율적이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 쥐 개체 수 조절에 관한 논의는 2010년대 이후 본격화됐다. 14세기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 흑사병 균의 숙주가 쥐로 알려지며 쥐는 프랑스에서 오랜 기간 공포와 혐오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기후 변화로 겨울이 따뜻해지고 도시화 및 관광 증가로 인해 쓰레기가 늘어나면서 쥐 개체 수도 큰 규모로 증가했다. 2023년 프랑스 연금 개혁 반대 시위의 일환으로 청소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서 거리에 쥐가 확산하자 쥐 개체 수 조절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파리에서 부유한 지역에 속하는 17구 구청장인 조프루아 불라드는 모로 부구청장과 달리 쥐 퇴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불라드 구청장은 지난해 뉴욕에서 열린 ‘제1회 전국 도시 쥐 정상회의’(쥐 개체 수 조절에 관한 회의)에 참석해 “쥐와 공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환상 속에 사는 사람”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동물권 단체들은 혐오 동물에 관한 인식을 개선하고 공존 방안을 고민할 것을 촉구했다. 동물권 단체 파리애니모동물원은 “치명적인 방식의 설치류 방제 방식을 종식해야 한다”며 “특히 항응고제(쥐약 성분 중 하나)를 사용하는 방식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해오고 있다.
지난 2022년 두츠카 마르코빅 PA 의원은 ‘쥐(rat)’라는 단어를 ‘갈색쥐(surmulot)’로 바꾸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쥐를 지칭하는 단어를 바꾸면 과거 흑사병을 옮긴 검은색 쥐와 오늘날 쥐를 구분 시켜 혐오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