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때 항쟁 참여했다 계엄군 붙잡혀 고초
고문후유증에도 옛 전남도청 등 현장 기록
옛 전남도청 등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했던 김향득 사진작가가 2022년 6월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다. 최경훈 5·18기념재단 팀장 제공.
고등학생 신분으로 1980년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가 붙잡혀 고초를 겪었던 김향득 사진작가가 지난 7일 별세했다. 향년 62세. 고인의 장례는 ‘민주장’으로 치러진다.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와 5·18기념재단, 5·18공법 3단체는 9일 “김 사진작가의 장례를 ‘민주장’으로 진행하기로 하고 10일 오전 발인을 거쳐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노제를 거행한다”고 밝혔다. 이후 오후에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고인의 영결식과 안장식이 열린다.
고인은 5·18 당시 광주 대동고 3학년이었다. 고등학생 신분이었지만 계엄군의 전남도청 진압 작전에 맞서 끝까지 현장을 지켰다.
그는 5월27일 새벽 전남도청 인근 YWCA에서 계엄군들에게 붙잡혔다. 상무대 영창으로 끌려간 고인은 구타와 고문에 시달리다 38일 만에야 풀려났다.
이후 평생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며 파킨슨병을 앓았다. 지난 2023년 4월 중순 자택에서 쓰러져 폐렴과 신우신염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지인들과 시민들이 ‘김향득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을 결성해 쾌유를 빌었지만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고인은 2004년 전남도청이 전남 무안으로 이전한 이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사를 위해 옛 도청 일대가 훼손되는 것을 보고 2007년부터 카메라를 들었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다.
고인은 카메라를 든 이유에 대해 “5·18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히는 게 무섭고 안타까웠다”고 했다.
5·18의 현장을 기록하기 시작한 그는 2013년 5월 사적지와 항쟁추모탑 사진 50여 점을 모아 첫 번째 전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열었다. 2015년에는 방치되고 훼손된 5·18사적지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하는 사진전을 개최 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와 촛불집회 등 옛 전남도청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의 희로애락도 앵글에 담았다. 병상에 눕기 직전까지 옛 전남도청을 중심으로 금남로와 5·18사적 등을 꾸준히 기록하며 전시를 이어온 그의 사연은 2022년 제42주년 5·18기념식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생전 고인은 “광주의 민중들은 과거나 현재나 도청으로 모이고, 역사를 바꿔갔다”면서 “광주 곳곳에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는 곳곳에 5·18의 역사가 서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