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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까, 잡채에 처음 당면을 넣은 이는?

입력 2025.10.09 20:55

수정 2025.10.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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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채는 화려한 색감과 다채로운 맛으로 명절 음식 가운데서도 특별하다. 잡채에 든 고기와 채소 덕도 있지만, 당면을 빼놓을 수는 없다. 곡물의 전분을 굳혀 만든 당면은 그 자체로는 맛이 없다. 하지만 당면은 함께 무친 고기와 채소의 맛과 향이 스며든 데다 질감도 독특해 풍성한 입체감을 준다.

그런데 원래 한국식 잡채에는 당면이 없었다. 17세기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의 잡채 레시피는 삶은 닭고기와 다양한 나물로만 이뤄진다. 1896년에 나온 <규곤요람>의 잡채에도 당면은 없다. 잡채에 당면을 넣기 시작한 때는 구한말. 한국에 건너온 중국인들이 요리를 푸짐하게 보이려고 녹말을 굳힌 당면을 음식에 넣었다. 당면은 1910~1920년대 평양, 사리원 등에 당면공장이 생기면서 대중화됐다. 재미있는 점은 지금도 중국 현지의 잡채에는 당면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식 부추잡채나 고추잡채에는 채소와 고기만 들어간다.

잡채에 당면이 들어가던 시기인 19세기 말, 동아시아는 전근대적 질서가 해체되던 혼란기였다. 음식도 예외는 아니었다.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일본인이, 1882년 임오군란 이후 중국인이 한반도로 밀려왔다. 이들과 함께 짜장면·우동이 들어왔다. 호떡·단팥빵 같은 단 음식도 등장했다. 우리 전통의 관점에서 보면 생소한 음식이었다. 이 음식은 신문물이었지만 혼돈이기도 했다. 대중에게는 역사도 음식도 선택이라기보다 강요였다.

대중들은 이런 혼란 속에서 당면에 주목해 잡채를 재탄생시켰다. 중국인이 간과한 당면의 축제성에 주목한 것이다. 혼란의 시기에 빛나는 창의성이었다. 당면은 잡채뿐 아니라 순대, 갈비탕, 떡볶이 등에도 들어간다. 그렇지만 명절과 생일 같은 의례에 쓰이는 당면 음식은 잡채가 유일하다. 잡채만이 당면 음식 가운데 잔치 음식이라는 지위를 꿰찼다.

이는 잡채가 갖는 경계성 덕분이다. 문화인류학에서는 축제의 특징 중 일상에서 벗어나 공동체와의 동질감을 경험하게 하는 ‘경계성(liminality)’에 주목한다. 특히 음식은 일상과 다른 특별한 시공간을 축제 참가자에게 선물하는 경계성의 핵심이다. 잡채 같은 별식에는 있지만 김말이 같은 일상식에는 없는 효용이다.

동그랑땡 역시 20세기 이후에 당면 잡채처럼 축제성을 새롭게 획득한 음식이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산 콩, 옥수수가 풍족해지고 일본에 돼지고기 수출이 늘면서 국내 양돈업이 빠르게 발전했다. 그런데 조선 왕실의 연회 기록인 <의궤>를 봐도, 얇게 뜬 소고기로 만든 육전은 있어도 간 돼지고기로 만든 동그랑땡은 없었다. 그러나 대중들은 1960년 이후 대중화된 돼지고기 동그랑땡을 명절과 제례음식에 포함시켰다. 가장 대중적인 돼지고기 음식인 삼겹살이 명절 음식에 끼지 못한 것과 대조적이다.

1876년 개항 이후, 음식 대중들은 잡채와 동그랑땡을 명절과 제의에 쓰이는 축제 음식으로 선택했다. ‘초연결’ ‘초지능’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한창인 지금, 어떤 음식을 우리 민족의 축제 음식으로 새롭게 낙점할지 궁금하다.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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