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된 지난 1월15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들이 모여 있다. 이준헌 기자
12·3 불법 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통령경호처가 총을 준비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총을 쓰면 되지 않느냐”는 취지의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경 전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장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가 연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김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1차 체포 집행이 저지된 지난 1월3일 이후 이광우 전 경호처 경호본부장이 “공포탄을 쏴서 겁을 줘야 한다며 38구경 권총을 구해달라고 했느냐”는 특검의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이어 “이 전 본부장의 단독 요청이라기보다는 박종준 전 경호처장도 같이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전 본부장은 지난 2월 국회 내란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박 전 처장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 관련 발언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박 전 처장이 “대통령께 건의해 수사기관에 출석하게 하려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대통령이 ‘총 한 번만 쏘면 되지 않으냐’고 했다”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특검이 ‘총 쏜다’는 진술이 “영장 집행하는 사람에게 공포탄을 쏘라는 것이냐”고 묻자, 김 전 본부장은 “정확히 말하진 못하겠는데, 공포탄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이 증거 인멸을 위해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등 군사령관들의 비화폰 내역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도 말했다. 지난해 12월6일 박 전 경호처장의 비서관이 ‘처장님이 비화폰 지급 내역, 통화 기록 지우라고 한다’고 말한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후 김 전 본부장은 박 전 처장에게 대통령 지시냐고 물었는데, 박 전 처장이 “어떻게 알았냐”고 했다고 한다.
김 전 본부장은 “위법하고 부당한 지시라고 판단해 삭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사용자 단말기에 대해 서버 관리자가 원격으로 자료를 삭제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계엄 이후 증거가 될 수 있는 자료를 임의로 삭제하는 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삭제 지시를 따르지 않자 박 전 처장이 며칠간 재촉하며 질책을 했다고도 전했다.
이 재판은 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추가 기소해 진행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열린 첫 공판에는 출석했다. 보석 심문에도 직접 나와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지난 2일 법원이 기각했다. 윤 전 대통령은 10일 재판에는 건강상 이유로 출석이 어렵다는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건강상 사유로 출석이 어렵다고만 돼 있고, 교도관에 의해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사정은 나와 있지 않다”며 “피고인의 출정 거부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교도관 조사 후 차회 기일부터는 궐석 재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