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137경기’로 한국축구 새 이정표 세웠지만
홍명보호, 스리백 ‘손’ 못쓰고 최전방서 고립
63분간 슈팅 못 만들어···브라질전 0-5 참패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 축구 대표팀의 친선경기. 손흥민이 엄지를 들어올리고 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로 137번째 A매치에 출전해 한국 선수 A매치 최다 출전 신기록을 세웠다. 연합뉴스
“영광스럽지만 속상한 마음이 기쁜 마음보다 더 큰 것 같습니다.”
손흥민(LAFC)이 한국 축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지만, 대표팀의 참담한 경기 내용에 기쁨보다 아쉬움이 컸다.
10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손흥민은 선발 출전해 A매치 137경기 출장 기록을 세우며 차범근 전 감독과 홍명보 현 감독(136경기)을 넘어 대한민국 남자 축구 역대 최다 출전 단독 1위에 올랐다. 2010년 18세 나이로 데뷔한 이래 15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뛴 헌신과 지속성이 만들어낸 대기록이다.
그러나 한국은 브라질에 0-5로 무너지며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큰 충격을 받았다. 경기 후 손흥민은 “영광스러운 자리를 선수들과 많은 팬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드리지만, 경기 결과가 너무 아쉬운 만큼 속상한 마음이 기쁜 마음보다 더 큰 것 같다”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경기 전 홍명보 감독은 “앞으로 손흥민이 내 기록도 다 깨주기를 바란다”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세 명의 레전드가 함께 만든 최다 출전 기록이 이날 손흥민 이름으로 새롭게 쓰였다.
손흥민은 최근 LAFC에서 중앙 스트라이커로 물오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홍명보 감독도 이를 감안해 3-4-2-1 포메이션의 최전방 원톱에 손흥민을 배치했다. 윙어가 아닌 중앙 공격수로 브라질 수비진을 상대하며 침투와 마무리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손흥민은 브라질 선수들의 높은 개인 기량과 강한 전방 압박에 막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최전방에서 침투 움직임을 시도했지만, 브라질의 조직적인 압박에 좀처럼 볼을 받지 못했다. 63분 동안 29차례 볼을 터치했지만 단 한 차례의 슈팅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오프사이드 한 차례만 기록한 채 후반 18분 오현규(헹크)와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주장 완장은 골키퍼 조현우(울산)에게 넘겼다.
차범근의 최다 득점 기록(58골)에 5골 차로 접근한 손흥민(53골)은 이날 추가 득점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2선에서 이재성(마인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의 연계도 브라질의 빠른 전환 공격 앞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이 브라질전을 앞두고 꺼내든 스리백 시스템은 세계 최강 공격진 앞에서 무력화됐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중심으로 한 수비 조직은 브라질 공격수들의 유동적인 움직임과 빠른 패스 플레이에 속수무책이었다. 최전방 손흥민은 고립됐고, 중원에서 황인범(페예노르트)-백승호(버밍엄) 조합은 상대의 압박을 뚫어내지 못하면서 공격 전개가 원활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세계적인 강팀과 싸워서 자꾸 부딪혀 보고 넘어져 보고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이런 것들을 분석하고 겸손하게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비 오는 날씨에도 많은 팬들이 찾아와 응원해 주셨는데 승리하는 모습을 못 보여드려서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다시 일어서서 툭툭 털고 화요일 파라과이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A매치를 소화한 선수로 기록될 손흥민의 137경기 출전은 분명 축하받아야 할 순간이다. 하지만 브라질을 상대로 한 대표팀의 경기력은 월드컵을 앞두고 많은 숙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