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허접하고 엉성한 지역축제?···그것은 공무원·대행사의 피, 땀, 눈물이라네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영상의 홍보 대상은 지역 명물이 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역 축제를 홍보하기 위함입니다.

최근에는 양주시의 한 주무관이 지역의 '천일홍 축제'를 홍보하면서 유튜버 '피식대학'의 'sea of love' 영상을 패러디한 영상을 올린 게 큰 화제가 됐습니다.

지역 축제에 방문한 이들에게 '주무관 포토카드'를 선물로 주겠다고 나섰는데, 해당 축제는 작년 15만명이었던 방문객이 올해 20만명으로 늘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허접하고 엉성한 지역축제?···그것은 공무원·대행사의 피, 땀, 눈물이라네

입력 2025.10.11 08:00

수정 2025.10.11 09:54

펼치기/접기
  • 서현희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왓챠, 티빙 <익스트림 페스티벌>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의 한 장면 왼쪽부터 이혜수(이재화), 래오(박강섭).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의 한 장면 왼쪽부터 이혜수(이재화), 래오(박강섭).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오마주

오마주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충주시 소속 공무원이자 유튜버인 ‘충추맨’을 필두로 ‘공무원 인플루언서’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유튜브 영상은 물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영상까지 각종 밈을 따라 하며 알고리즘의 문을 두드리고 있죠. 영상의 홍보 대상은 지역 명물이 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역 축제를 홍보하기 위함입니다. 최근에는 양주시의 한 주무관이 지역의 ‘천일홍 축제’를 홍보하면서 유튜버 ‘피식대학’의 ‘sea of love’(원곡 : 플라이투더스카이) 영상을 패러디한 영상을 올린 게 큰 화제가 됐습니다. 지역 축제에 방문한 이들에게 ‘주무관 포토카드’를 선물로 주겠다고 나섰는데, 해당 축제는 작년 15만명이었던 방문객이 올해 20만명으로 늘었습니다.

이러한 홍보마케팅이 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콘텐츠를 통해 축제를 알게 된 것도 있겠지만, 댓글에서 힌트를 얻어보자면 일반 직장인인 공무원이 홍보 전면에 나서 선보이는 간절함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 것 같습니다. 날씨가 시원해지는 요즘은 지역축제가 한창인지라, 공무원들의 콘텐츠 경쟁마저 치열해졌죠. 이런 요즘을 보니 생각나는 영화가 한 편 있습니다. 바로 지역축제를 주제로 한 <익스트림 페스티벌>입니다.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 포스터.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 포스터.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충청남도 가상의 지방자치단체 망진군에서는 한 달 전 부터 준비했던 ‘정종문화제’ 준비에 한창이었습니다.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요. 하지만 영화는 행사 전날, ‘정종문화제’의 현수막을 철거하며 시작됩니다. 군수가 ‘정종의 본명은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이유로 행사 일주일 전에 급히 ‘연산군 문화제’로 바꿔 버렸기 때문입니다.

역사 기록을 보면 ‘추측건대’ 연산군이 망진군에 사냥을 왔었고, 이 사실이 망진군이 수도권 접근성에 이점이 있다는 게 홍보가 될 거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저런 핑계는 딱히 의미가 없습니다. 이 행사를 담당한 스타트업 ‘(주)질투는나의힘’의 대표 이혜수(김재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를 해내야만 한다는 게 중요하죠.

혜수의 스타트업은 한때 이름을 날리는 곳이었습니다. 유명작가 박상민(조민재)을 필두로 성수에 사무실을 둘 정도로 사업을 벌였죠. 하지만 코로나 직격탄에 행사는 줄어들고, 당장 망진군에서 열릴 행사인 ‘밴댕이 축제’ 사업권을 따오지 않으면 회사는 망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래서 혜수는 어떻게든 군수의 비위를 맞춰 다음 행사를 따내는 게 목표입니다. 행사 이름이 하루아침에 바뀌면서 혜수의 회사는 분홍색 스태프 티셔츠에 급히 ‘연산군’ 스티커를 붙이고 행사 현수막도 ‘정종’이라는 이름을 가리고 ‘연산군’ 현수막으로 급조합니다.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의 한 장면.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의 한 장면.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행사 당일 아르바이트생마저 구하기 힘들어 해고한 전 직원을 알바로 기용하고, 겨우 구한 알바생 한 명은 일할 생각보다 당장 취업을 시켜달라는 열의만 가득차 보입니다. 그래도 일주일간 잘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던 찰나, 공무원이 또 다른 비보를 전합니다. “오늘 행사 중 있을 공연, 군수님이 연극 대본을 인제야 읽어보셨다. 갑자사화 내용 말고, ‘갑자사화 형식을 빌린 코로나 종식 퍼포먼스’로 대본을 수정해달라”고요.

그게 무슨 공연인지 잘 모르겠다고요? 그게 포인트입니다. 알 수 없는 요구는 계속 하달되지만 혜수는 그걸 해내야만 한다는 점입니다. 군수의 부조리한 요구를 혜수는 연극을 담당하는 극단에게 그대로 전달했고, 극단 측은 ‘일주일 전 수정된 대본도 겨우 익혔는데, 당일 수정이 말이 되냐’며 공연 보이콧을 선언합니다. 와중에 군수의 아들이 하는 알 수 없는 행위예술 코너가 추가되고, 당일 오기로 했던 초대가수는 감감무소식인 상황. 점점 산으로 가는 현실 속에서, 혜수는 페스티벌을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요?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의 한 장면.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의 한 장면.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혜수가 된 듯 허무하고 어이없고 화가 나는 기분이 듭니다. 불합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도, 이를 받아드는 혜수의 반응도 지독하게 현실적인지라, ‘다큐멘터리 아닌가?’ 하는 기시감이 들기도 하죠. 동시에 흔한 부조리를 향한 혜수의 눈물 젖은 분투는 예측이 무의미한 변수를 만들고 그 변수들이 ‘어떻게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웃깁니다. 가끔 코미디를 위한 당황스러운 전개들도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를 보다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영화의 마무리 부분, 지역축제를 돌아다닌다는 한 커플은 이번 행사를 완전히 망쳤다고 슬퍼하는 혜수 앞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최고의 축제였어요. 지역축제는요 그 맛으로 보는 거예요. 그게 너무 사랑스러워서 보는 거라니까요.” 이번 가을 여행을 떠나기 전, <익스트림 페스티벌> 한 편 보고 가시는 건 어떨까요? 지역축제만의 투박함을 더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리얼리티 지수 ★★★★: 당신이 공무원이라면, 대행사 직원이라면 웃기기보다 슬플지도 모릅니다

사랑스러움 지수 ★★★★★ : 매일을 버티기 위해 분투하는 모든 회사원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가득!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