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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수상·대부의 아내’ 다이앤 키튼 별세···향년 79세

2025.10.12 10:46 입력 2025.10.12 13:30 수정 서현희 기자

뮤지컬로 데뷔 ‘대부’ 등 영화 60여편 출연

1977년 ‘애니 홀’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기생충’ 봉준호 감독에 트로피 건네 화제

다이앤 키튼. AP 연합뉴스

영화 <애니홀>(1977년)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미국 배우 다이앤 키튼이 11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79세.

미 연예 매체 피플지 등 외신은 이날 키튼이 미국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고 유족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대변인은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세부사항을 공개할 수 없다. 유족은 깊은 슬픔 속 사생활 보호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키튼은 1946년 1월 로스앤젤레스에서 다이앤 홀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캘리포니아주 산타아나대학 재학 시절 연극과 노래에 매료되었고, 1년 만에 대학을 중퇴하고 맨해튼에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미국의 배우 조합 ‘액터스 이쿼티’에는 이미 다이앤 홀이라는 동명의 배우가 있어 그녀는 어머니의 결혼 전 성인 키튼을 자신의 성으로 삼았다. 키튼은 중성적인 패션, 목 전체를 감싸는 터틀넥 스웨터, 시그니처 모자 등의 스타일로도 유명하다.

1968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헤어>로 데뷔했으며, 1970년 영화 <연인과 타인들>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대부> 3부작(1972~1990년)에서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가 냉혈한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아내 케이 아담스 역을 맡아 주목받았다.

특히 우디 앨런이 감독과 주연을 맡은 <애니 홀>에서 앨런의 연인 역할로 출연, 1978년 제6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당시 <애니 홀>은 작품상, 감독상, 대본상을 받았다. 그는 <슬리퍼>(1973년), <사랑과 죽음>(1975), <맨하탄>(1979), <라디오 데이즈>(1987년), <맨하탄 살인사건>(1993년> 등 앨런의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실존 인물 존 리드의 삶을 다룬 <레즈>(1981년)에서는 여성 인권운동가이자 작가인 루이즈 브라이언트 역할을 맡았다. 존 리드는 러시아 혁명을 생생하게 기록한 르포 <세계를 뒤흔든 열흘>로 유명하다.

키튼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이모 역할로 출연한 <마빈의 방>(1996년), 잭 니컬슨과 호흡을 맞춘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2004년)로 두 차례 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노년에도 <북클럽: 넥스트 챕터>(2023년), <사랑 결혼 그밖에 것들>(2020년), <햄스테드>(2018년) 등에 출연하는 등 평생 6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2017년에는 미국영화연구소(AFI)로부터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수상 소감 대신 <애니 홀>에서 불렀던 노래 ‘심스 라이크 올드 타임즈’(Seems Like Old Times)’를 불러 관객의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키튼은 앨런, 알 파치노, 워렌 비티 등과 사귀었으나 결혼하지 않았다. 1996년과 2001년 각각 딸 덱스터와 아들 듀크를 입양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내 세대 배우 중 평생 미혼으로 살아온 유일한 사람일 것이다. 결혼하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난 좀 별난 사람이니까”라고 말한 바 있다. 책 12권을 내는 등 작가로도 활동해 왔다.

키튼은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키아누 리브스와 함께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한진원 작가에게 트로피를 건넨 것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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