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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설득하는 수밖에

입력 2025.10.12 21:51

수정 2025.10.1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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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누적]기어코 설득하는 수밖에

33장인 동시에 1장이다. 만약 테일러 스위프트 없이는 못 사는 팬이라면 신보 <더 라이프 오브 어 쇼걸(The Life of a Showgirl)>(사진)은 상당한 지출을 요구할 것이다. 1장의 음반을 33가지 버전으로 발매했기 때문이다.

지난 음반도 만만치 않았다. 25개였다. 불법은 아니지만, 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 앨범은 음악적 논쟁도 불러왔다. 과거로 회귀한 음악을 추구했지만, 평가는 일관된 찬사를 받았던 2020년쯤과 거리가 멀다. 차트 성적은 그와 별개로 신기록을 경신할 예정이다. K팝에서 배운 다종화 전략이 제대로 먹힌 셈이다.

얼마 전 백예린이 정규 3집 앨범 <플래시 앤드 코어(Flash and Core)>를 공개했다. 이제껏 들려준 밴드 음악을 뒤로한 채 어둡고, 실험적인 분위기로 돌아왔다. 상황은 테일러 스위프트와 유사하다. 일렉트로닉, 힙합 등 다채로운 장르 시도를 환영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기왕의 감성을 그리워하는 쪽도 있다. 이렇게 변화를 시도하면 반응이 갈리는 일이 과거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현상이 도드라졌다. 팬덤의 입김이 실시간으로 거세진 시대여서다.

평론가 척 클로스터먼은 “현대 대중음악은 음악가의 의도 아닌 관객의 반응으로 규정된다는 점에서 가치 있다”고 정의했다. 영화사는 평점에 목숨 걸고, 기획사는 팬덤의 움직임에 일희일비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대중음악이야말로 현대다.

팬을 나무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어느 때보다 음악가를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즉 반강제적으로 소비를 유도하는 쪽에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어쨌든 강조하고 싶은 것은 딱 하나다. 고 이어령 선생의 말처럼, 자아를 통과한 예술만이 만인의 심장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팬은 소중하지만, 눈치를 보는 순간 음악가의 생명력은 그걸로 끝이다. 기어코 설득해내는 수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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