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000만원 들여 기본계획 수립 용역
일방적 2개 노선 제시하고 경제성도 분석
노선 설정 근거·환경파괴 우려는 안 담겨
“허술한 보고서, 찬성 쪽 근거 만들어줘”
무등산. 전남도 제공
광주광역시의회가 무등산케이블카 설치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에선 매번 선거 때마다 케이블카 설치를 놓고 찬반의견이 첨예하게 맞선다. 시의회가 용역결과를 근거로 찬성여론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의회는 지난해 ‘무등산케이블카 조성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전남미래산업연구원이 진행했다.
시의회가 2000만원을 들여 발주한 용역 보고서는 “과업 목적은 국립공원 무등산 내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기본계획 수립”이라고 밝히고 있다. 케이블카 사례조사와 무등산 개발 방향과 절차, 관광수급 분석 등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무등산 자락인 동구에서 출발하는 2개의 케이블카 노선을 임의로 설정한 뒤 경제성 분석까지지 마쳤다. 케이블카의 구체적 노선을 제시하고, 경제성을 평가한 것은 이 보고서가 처음이다.
보고서는 증심사 입구∼무등산 장불재까지 4.8㎞ 구간을 케이블카 설치 제 1안, 지산유원지∼무등산 장불재까지 6㎞ 구간을 제 2안으로 제시했다. 1안은 도심과 가까워 접근성이 좋지만, 증심사 경관 훼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2안은 긴 구간으로 풍경 감상이 가능하지만, 설치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2개 노선 모두 “경제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1안의 경우 사업비가 최대 720억원, 2안은 900억원이 들것으로 분석했다. 이용객은 연간 51만9942명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주광역시의회가 용역을 발주해 국립공원 무등산케이블카 설치를 전제로 2개 노선에 대한 경제성을 분석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보고서에 제시된 2개 노선 안. 보고서 캡처.
연간 예상 수입은 연 94억원으로 전망했다. 1안 연간 운영비로 제시한 31억9500만원, 2안 연간 운영비로 제시한 38억8300만원 보다 훨씬 많다. 이같은 예측치를 바탕으로 보고서는 무등산케이블카의 B/C(편익·비용비율) 값을 1안 1.43, 2안 1.16으로 각각 평가했다. B/C 값이 1을 넘기면 경제성이 있다고 본다.
시의회가 연구용역을 진행한 배경 등을 놓고 비판이 제기된다. 노선의 위치를 선정한 배경이나 생태·경관 파괴 등에 대한 기초분석 없이 설치를 전제로 한 경제적 효과를 부각하는데만 중점을 뒀다는 지적이다.
무등산케이블카는 선거 때마다 찬반 견해가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이다. 경제적 효과 등을 들어 찬성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환경파괴와 경관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여론도 있다.
2013년 3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무등산은 해발 1187m의 정상부에 서석대와 입석대 등 주상절리대가 분포해 있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수달, 구렁이, 삵 등 멸종위기야생생물 26종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정작 광주시는 “무등산케이블카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전국 대부분 케이블카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환경파괴가 뻔한데도 시의회는 시민혈세로 용역을 진행해 찬성측 근거를 만들어 줬다”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일부 정치인이 일방적인 자료로 찬성을 주장하면 갈등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