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권도현 기자
한국인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공조수사에 나섰지만 캄보디아 당국과 협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1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캄보디아와 ‘경찰 대 경찰’ 협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활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과 협력해 캄보디아를 압박할 방안이 있다면 같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직무대행은 이어 “조만간 국제 경찰청장 회의 때 요구를 하고 국가수사본부장도 현장을 방문할 계획”이라며 “(캄보디아에서) 협조해줄 의지가 없다면 실효적인 방안은 찾기 어렵지만 계속 방문하고 요구하고 국제기구를 통해 또 요구하고 외교부나 정부 차원에서 요구하면 비협조적인 부분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북 예천 출신인 한국인 대학생 A씨(22)는 지난 8월8일 캄보디아 캄포트주 보코산 지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A씨는 지난 7월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떠났다.
경찰에 따르면 A씨의 가족은 지난 7월26일 A씨가 감금된 것 같다며 112에 신고했다. A씨 시신 발견 다음 날인 지난 8월9일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이 경찰에 지문 감정을 요청했고 경찰이 A씨의 신원을 확인했다.
경찰은 캄보디아 경찰에 수사 자료 공유와 부검 참여를 여러 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캄보디아 측은 현지에서 국제형사사법공조를 통해 요청하라고 답했다고 한다. 국제형사사법공조는 한국의 법무부·외교부를 통해 요청한 뒤 캄보디아의 외교부·법무부 등을 거쳐야 한다. 경찰은 공조 요청에 대한 답을 기다리는 동안 A씨의 시신을 인도 받지도 수사 기록을 공유받지도 못했다.
유 직무대행은 국제 경찰청장회의가 열리는 오는 23일 캄보디아 경찰청 차장과 만나 적극적인 수사 공조와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달 중 캄보디아에 가서 A씨 부검을 협의하는 일정을 캄보디아 경찰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 영사 파견을 확대하고 국제 공조 수사 인력 30명 정도를 증원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캄보디아 경찰에 한국 경찰관을 파견하는 코리안데스크 설치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다만 캄보디아 당국이 거절할 가능성이 크고, 설치하기로 합의해도 실제 활동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