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월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이준헌 기자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14일 열린다. 박 전 장관의 구속 여부를 가를 주요 쟁점은 박 전 장관이 ‘통상적 업무 범위를 넘어 위법성을 인지하고도 불법계엄에 가담해 각종 후속 조치를 지시했는지’ 여부다. 앞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구속 과정에서 특검이 무기로 활용한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이 이번에도 결정적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박 전 장관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에서 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해 12월3일 박 전 장관 모습이 담긴 용산 대통령실 대접견실 CCTV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영상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를 열기 전 일부 국무위원을 소집했을 때, 박 전 장관이 A4 용지에 메모하거나 특정 문건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담겼다.
특검은 이 영상을 토대로 박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이를 직접 정리했다고 의심한다. 박 전 장관은 법무부를 동원해 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혐의에 대해 통상적·원론적 지시를 했을 뿐이라고 반박하는 중인데, 특검은 이 CCTV 영상이 이를 깰 결정적 근거라고 본다.
특검은 CCTV에 담긴 정황으로 보면 박 전 장관이 계엄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법무부 출국금지팀 실무자 대기, 수용공간 확보 등을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특검은 지난달 24일 박 전 장관을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때도 이 영상을 언급하며 메모 작성 경위 등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 측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이 영상을 보여달라는 의견서를 특검에 냈다.
특검은 앞서 이 전 장관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대통령실 CCTV 영상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등에서 언론사 단전·단수 내용이 담긴 계엄 관련 문건을 “멀리서 봤다”는 취지로 증언했는데 영상에는 그가 해당 문건을 들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논의하는 장면이 담겼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으부터 계엄 관련 지시를 받거나 하달하지 않았다’는 이 전 장관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CCTV 영상을 강조한 끝에 구속영장을 받아냈다.
특검은 CCTV 영상뿐 아니라 박 전 장관이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 호출을 받고 가장 먼저 대통령 집무실에 도착한 국무위원이란 점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 특검은 지난해 9월 ‘충암파 계엄 준비 의혹’이 제기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 회의에서 박 전 장관이 한 발언도 주목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당시 계엄 선포 및 국회의원 체포·구금 계획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질문을 받는 과정에서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면 계엄 선포 효력이 사라진다’는 취지로 답했다. 특검은 이를 고려하면 계엄 당일 국회가 봉쇄되는 상황에서 박 전 장관이 계엄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고, 그런데도 법무부에 후속 조치를 지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