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 전후 국무회의 모습이 담긴 대통령실 대접견실 폐쇄회로(CC)TV 영상이 충격적이다. 영상 속 한덕수 전 총리와 어느 국무위원도 당시 윤석열의 내란과 국헌문란 행위를 말리지 않았다. 한 전 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은 윤석열로부터 직접 계엄 관련 문건을 건네받아 현장에서 읽었다. 그런데도 추후 이들은 문건을 받거나 내용을 본 적 없다고 거짓 증언을 했다. 심지어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이 웃는 장면도 있다. 국민과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고도 태연자약한 이들의 모습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이번 영상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에서 열린 한 전 총리 재판에서 공개됐다. 영상 속에서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3일 오후 9시10분쯤 윤석열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들은 뒤 두 가지 문건을 손에 들고 있다. 오후 9시47분쯤 다른 국무위원들과 문건을 돌려 읽은 뒤 뒷주머니에 넣는다.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려 자리에서 일어나자 한 전 총리가 맞은편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손가락으로 국무회의 정족수를 세고 있을 때 한 전 총리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빨리 대통령실로 오라고 전화하는 장면도 나온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접견실 책상에 윤석열로부터 받은 문건을 그대로 두고 나가자 한 전 총리가 이를 챙기는 모습, 계엄 선포 직후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이 문건을 주고받으며 16분간 얘기하는 모습 등도 담겼다. 최 전 부총리가 윤석열로부터 문건을 전달받아 읽자, 옆자리의 한 전 총리가 고개를 내밀어 문건 내용을 보기도 한다.
이 정도면 한 전 총리는 단순 동조가 아니라 내란의 주범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고 있으니 기가 찰 일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는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70년 넘게 적용해온 날짜 단위 구속기간 계산법을 시간으로 바꿔 내란 수괴 윤석열을 풀어주는 희대의 결정을 내렸다. 만인에 평등해야 할 법의 잣대가 이렇게 뒤틀려서는 사법부가 신뢰를 받을 수 없다. 법원은 지금이라도 내란 사범의 사법 절차를 법과 상식에 맞게 진행하기 바란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한 전 총리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고, 다른 국무위원들의 내란 방조 행위와 위증도 철저히 수사해 엄벌해야 한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3일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