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인력 1100명서 49명만 남아
그마저도 국제 공조 업무만 맡아
유재성 청장 대행 “축소와 무관”
일선 현장 “현지 대응력 떨어져”
지난 2023년 9월18일 윤희근 당시 경찰청장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기자실에서 경찰 조직개편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윤석열 정부의 경찰 조직 개편 결과 국제수사와 외국인 범죄를 담당하는 외사경찰 인력이 1000명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한국인 상대 납치·감금 등 범죄 피해 신고가 잇따르면서 경찰의 국제범죄 대응 역량에 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 첫 경찰 수장인 윤희근 전 경찰청장은 2023년 조직 개편 중 하나로 외사 기능을 대폭 축소했다. 당시 경찰 외사 기능 정원은 1100명(경찰청 73명, 시도경찰청 1027명)이었다. 조직 개편 후에는 외사국에서 이름이 바뀐 경찰청 국제협력관실에 49명만 남았다.
외사 인력을 줄이는 대신 정보 수집은 치안정보국이, 방첩·대테러 등은 안보국이 맡았다. 국제협력관실은 국가수사본부가 아닌 경찰청 소속으로 남아 국제공조 업무를 담당했다. 국제범죄를 전담하는 부서는 없어진 셈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13일 외사국 폐지 문제를 지적하는 질의에 “외사 기능 축소와 관련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신을 인도받거나 수사 기록을 공유받지 못한 이유에 대해선 “캄보디아와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외사 업무를 오래 맡았던 경찰관 A씨는 이날 “외사 기능의 손발을 다 잘라놓아서 지금은 나설 사람도 부족하고 현지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해 조치나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제범죄는 전담부서 없이 여러 수사부서가 나눠 맡고 있다. 그런데 해외에서 벌어진 사건은 장기화 가능성이 커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십상이다. 특히 보이스피싱 등 다중 피해 사기 범죄는 해외를 근거지로 삼은 경우가 많은데 전담부서가 없으면 손대기 쉽지 않다. A씨는 “‘손발’ 역할을 할 수사 인력이 없으니 해외에서 대놓고 범죄가 벌어져도 대응이 안 되고, 한국에서 현금 전달책만 잡다 보니 해결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필리핀·태국 등에서 청부살인 등 강력범죄가 벌어지면 국제범죄수사대 등 외사수사 전담팀이 투입됐다. 경찰청의 공조 업무와 현장에서 뛰는 수사관 간 협업도 유기적으로 이뤄졌다. 경찰 수사관들은 국내에서 찾은 단서를 현지 기관과 공유했고, 협의를 거쳐 현지에서 직접 수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국제범죄수사팀은 현재 마약수사대 산하 국제범죄수사계 정도만 운영 중이다.
국제범죄수사대에서 근무했던 경찰관 B씨는 “한국에서 수사관이 찾아오고 적극 나서면 현지 수사기관의 반응이 달라진다”며 “현지 기관과 협력이 잘 안되는것은 전담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경찰관 C씨도 “국제교류가 늘면 당연히 국제범죄도 보편화한다”며 “해외에서 벌어진 일에 대응하기 위해 외사 기능을 강화했어야 할 때 오히려 조직을 축소해 우리 국민을 방치하는 셈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