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단독]‘보호자’ 없다며 전원 거부···20대 탈시설 청년, 법 사각지대서 숨지다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지내다 탈시설 후 지역사회에서 자리잡고 살던 20대 청년이 상급 종합병원 전원을 거부당해 사망에 이른 사건이 발생했다.

이씨는 탈시설을 했기 때문에 보호자로 인정받을 만한 '장애인복지시설의 장'이 없었다.

의료기관에서 '장애인을 사실상 보호하고 있는 자'로 지원센터 측을 인정해줄 수도 있었으나, 의료기관들은 적극적으로 법을 해석해 적용하길 꺼려했다.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단독]‘보호자’ 없다며 전원 거부···20대 탈시설 청년, 법 사각지대서 숨지다

입력 2025.10.15 06:00

수정 2025.10.15 17:35

펼치기/접기
  • 이혜인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단독가구 형태로 지내던 ‘무연고자’ 신분

주거지원센터서 지속적으로 도움 줬지만

의료기관에선 ‘법적 보호자’로 인정 안 해

무연고 장애인 보호자 범위 규정 한정적

탈시설 장애인 관련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탈시설 장애인 관련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지내다 탈시설 후 지역사회에서 자리잡고 살던 20대 청년이 상급 종합병원 전원을 거부당해 사망에 이른 사건이 발생했다. 법적인 보호자가 없는 무연고 장애인을 대상으로 같은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커 제도 정비가 요구된다.

14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한성공회유지재단 지원주택 주거지원센터로부터 입수한 자료에는 이원재씨(27)의 발병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자세히 담겼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이씨는 지난 8월25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틀 후 서울의료원에서 이씨는 코로나 폐렴 및 ARDS(급성호흡곤란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입원치료를 받던 중 증세가 더욱 악화돼 의료진이 지난 달 12일 기관절개 수술을 시도했으나, 환자의 연골 구조가 특이해 실패했다. 2차 병원인 서울의료원은 서울 시내 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씨의 전원을 의뢰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씨는 전원을 재차 시도하던 중 상태가 악화돼 지난 24일 숨을 거뒀다.

이씨가 전원을 거부당한 결정적인 이유는 ‘법적인 보호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법적으로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 신분이다. 그는 24년간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지내다가 2022년 7월 탈시설해 단독가구 형태로 지내고 있었다. 대한성공회유지재단의 지원주택 주거지원센터의 코디네이터 등 관계자들은 이씨를 지속적으로 돌보고 지원했다. 하지만 의료기관에서는 이들을 법적인 보호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주거지원센터의 팀장이 서대문구청에 이씨의 임시보호자 신분을 요청해 승인받았지만, 이를 처리하는 사이에 이씨의 상태는 이미 악화됐다.

이씨와 같은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하는 것은 법이 무연고 장애인의 보호자 범위를 한정적으로 규정해놓은 데서 비롯됐다. 의료법 제24조2에 따르면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환자의 수술이나 전신마취 등 중대한 의료행위는 환자의 법정대리인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때 법정대리인은 미성년자의 친권자, 성년후견인만을 의미하며, 실제로 장애인을 돌보는 시설장이나 운영기관 실무자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씨를 지원하는 지원주택 관계자들이 수술이나 전원 동의 시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장애인복지법도 이씨를 보호하지 못했다.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장애인을 사실상 보호하고 있는 자’를 보호자로 규정했는데, ‘장애인을 보호하고 있는 장애인복지시설의 장’이나 ‘그 밖에 장애인을 사실상 보호하고 있는 자’를 보호자로 정의했다. 이씨는 탈시설을 했기 때문에 보호자로 인정받을 만한 ‘장애인복지시설의 장’이 없었다. 의료기관에서 ‘장애인을 사실상 보호하고 있는 자’로 지원센터 측을 인정해줄 수도 있었으나, 의료기관들은 적극적으로 법을 해석해 적용하길 꺼려했다.

탈시설한 무연고 장애인들은 장례절차까지도 순탄치 않다. 시설 거주자의 경우 사망 시 지자체에서 무연고자에게 적용하는 공영장례 조례에 따라 시설이 보호자 역할을 하면서 장례절차를 진행한다. 탈시설한 장애인은 지역사회 장애인 단체 및 인근에 거주하는 장애인들과 가족과 같은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지만, 이들 중 누구도 법적인 보호자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장례를 주도할 수 없다. 지원센터의 김치환 팀장(사회복지사)은 “이씨와 지역사회에서 맺었던 인연들이 그를 떠나보내는 과정을 하나 하나 겪으면서, 탈시설 장애인을 둘러싼 지역사회 건강 네트워크가 법에 가로막혀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 상황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도 탈시설 장애인 운동에 앞장섰던 청년으로, 그의 죽음은 애석함을 더한다. 연고가 없는 이씨는 거의 평생을 시설에서 생활하다가 스물 다섯살이 되던 해인 2022년에 서울시의 장애인 지원주택에 처음 보금자리를 꾸렸다. 그는 지난 7월 ‘탈시설 지원주택 10만호 국정과제 요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의 경험을 전하며 장애인 주거권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

당시 이씨는 “‘나도 혼자 있고 싶다. 나 혼자 이불 덮고, 내가 보고 싶은 티비를 내 방에서 편하게 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고, ‘내가 선택한 하루’를 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탈시설을 결심했고, 지금은 내 이름으로 계약한 집, 나만의 방에서 나만의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처럼 많은 돌봄과 지원이 필요한 사람도, 나이 든 어르신도, 시설에서 나와 살아가려는 장애인도 자기에게 맞는 자기 집에서 편하게 살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했다.

김선민 의원은 “정부가 지역사회 자립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제도를 확대해왔지만, 정작 자립 당사자들이 생사의 기로에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현실이 드러났다”며 “이 씨의 죽음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연고 장애인의 생명권 보장을 위한 구조적인 개선과 법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AD
  • AD
  • AD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