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척수액 정맥 누공으로 뇌압이 낮아진 환자에게 디지털 감산 척수조영술(DSM) 검사(왼쪽)와 측위 CT 척수 조영술(오른쪽)을 통해 뇌척수액이 새 나가는 구멍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보행장애 증상까지 나타났지만 원인을 찾지 못해 치료에 난항을 겪던 환자 4명에게 새로운 검사법을 적용해 뇌척수액이 구멍을 통해 새 나가고 있음을 확인하고 치료에 성공한 사례가 발표됐다.
세브란스병원은 신경과 주민경·하우석 교수, 신경외과 하윤 교수 등 의료진이 ‘뇌척수액 정맥 누공’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뇌척수액 정맥 누공은 뇌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두개골 내의 압력이 정상 범위 이하로 떨어지는 ‘자발성 두개내 저압증’의 드문 형태 중 하나로, 일반적인 자발성 두개내 저압증과 달리 자기공명영상(MRI)과 단순 척수 조영술 검사에선 정상으로 나와 원인 규명과 치료가 어려웠다.
이번에 치료를 받은 뇌척수액 정맥 누공 환자 4명은 모두 세브란스병원을 찾기 전 뇌압이 낮아져 두통이 생기는 증상 때문에 자발성 두개내 저압증이 의심됐으나 다른 검사에선 정상 소견이 나왔고 치료를 진행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또한 뇌의 압력이 낮아지면서 뇌를 감싸는 경막의 내부와 정맥을 이어주는 교량정맥까지 끊어지는 경막하출혈도 발생해 스스로 보행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환자들은 일어설 때 두통이 심해지는 기립성 두통과 판단력이 떨어지고 문제 해결력이 낮아지는 인지기능 저하 등의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컸다.
의료진은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검사법인 디지털 감산 척수조영술(DSM)을 통해 조영제가 주입된 뇌척수액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뇌의 압력을 유지하는 뇌척수액이 비정상적인 통로를 거쳐 척수 주변의 정맥으로 새어나가고 있음을 정확하게 찾아냈다. 또한 측위 컴퓨터단층촬영(CT) 척수 조영술 검사도 함께 시행해 뇌척수액 정맥 누공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환자들의 뇌압을 회복시켰다. 의료진은 환자들의 경막하출혈이 사라지고 인지기능 저하와 보행장애도 모두 호전돼 치료가 성공적이었다고 밝혔다.
하우석 교수는 “자발성 두개내압 저압증 및 경막하출혈의 원인 중 하나였던 뇌척수액 척수 누공은 두통, 인지능력 저하 등 심각한 고통을 일으키지만, 기존 진단법으로는 원인 규명이 쉽지 않던 상황”이었다며 “세브란스병원이 도입한 DSM과 측위 CT 척수 조영술로는 척수액 누출이 발생하는 지점을 정확히 찾아내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