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민주노총 서비스연맹·택배노조가 만든 ‘쿠팡 과로사 대책 이행 점검단’이 9월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행점검 결과 발표 및 피해자 증언대회를 하고 있는 가운데 비공개 증인이 증언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대구 지역에서 일하던 40대 쿠팡 택배노동자가 뇌출혈로 쓰러져 이달 초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고인이 주 6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며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1·2차 사회적합의에 쿠팡도 동참해야한다고 촉구했다.
16일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구 지역 영업점 소속 배송기사 A씨(45)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일 새벽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5일 숨졌다.
쿠팡 측은 “고인은 주 5~6일 근무했고, 평균 작업시간은 56시간이었다”며 “고인의 배송물량은 일 평균 520개, 대다수는 2~3kg의 가벼운 상품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고인은 고혈압 치료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A씨의 실제 근무시간은 매일 프레시백을 반납하고 분류작업을 진행하는 시간까지 포함해 훨씬 더 길다고 주장하고 있다. 쿠팡이 밝힌 작업시간은 최초 배송상품 스캔 시간부터 배송 완료시간을 말한다. 그러나 캠프에 입차한 택배노동자가 전날 회수한 프레시백을 일일이 뜯어 해체하고 청소한 뒤 이를 지정된 장소에 반납해야 하고, 분류작업까지 해야한다. 택배노조는 “매일 최소 1시간의 노동시간이 스캔작업 이전에 진행된다”며 “쿠팡이 은폐한 매일 1시간을 더하면 고인의 주 노동시간은 60시간이 넘는다”고 했다. 명절을 앞두고 물량이 폭증하면서 업무 부담이 더 늘어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등과 같은 뇌심혈관계 질환은 과로사의 전형적 징후로 꼽힌다. 고용노동부는 뇌혈관 질병과 관련해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을 넘는 경우 업무 관련성이 증가하고, 6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근로복지공단은 뇌심혈관질환 사망에 대해 주 52시간 이상 업무의 경우 73.3%, 주 60시간 이상의 경우 90% 이상 산재를 인정하고 있다.
노조는 “과로사 산재의 원인은 과로이지 고혈압이 아니다”며 “쿠팡은 분류작업과 프레시백 회수 업무를 여전히 택배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고, 이는 택배노동자들의 과로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쿠팡 택배노동자 정슬기씨의 과로사 이후 CLS는 ‘분류작업 문제 해결’ ‘프레시백 회수 강요 금지 및 비용 현실화’ 등 대책을 약속했다. 노조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CLS에서 계속되는 과로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쿠팡은 2021년도 1·2차 사회적 합의에 동참할 것을 지금 당장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와 택배 노사는 2021년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를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체결했다. 이는 택배노동자의 작업 범위에서 분류작업을 제외하고, 주 60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업무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쿠팡은 이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CLS의 택배시장 점유율은 약 37%로, 업계 1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