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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 내몰리는 생계형 노인 절도범

입력 2025.10.16 20:12

수정 2025.10.16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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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다. 통계청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3%다.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이다. 노인 복지와 돌봄 정책은 게걸음인데, 고령 인구 증가는 초고속이다. 10년 후에는 30%를 넘을 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2일 ‘노인의날’에 SNS를 통해 “어르신들께서 안심하고 활기찬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폭넓고 세심한 정책을 마련하고, 어르신들이 사회의 중심 구성원으로서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상대적 빈곤, 노인 차별과 배제, 사회적 고립과 세대 갈등이 심화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 그 약속은 당장 지켜져야 한다. 어느 정책보다도 우선순위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미 선진국이 겪고 있는 초고령사회의 심각한 사회문제에 당면하게 될 것이다.

노인 범죄가 늘어나고, 하루에 10명 넘게 자살로 내몰리는 게 노년 세대의 자화상이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고령자 범죄 발생비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고령자 재산범죄 발생비는 지난 10년 동안 49%나 늘었다. 절도뿐만 아니라 살인, 폭력, 성범죄 등 다른 범죄율도 고령자 인구 증가에 비례해 높아지고 있다. 노인 범죄 증가율이 노인 인구 증가율을 넘어서고 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전체 절도 피의자 중 61세 이상이 33.9%다. 최근 5년 동안 60세 이하 절도범은 12.9% 감소했는데, 유독 61세 이상 절도 피의자는 증가 추세다. 전체 절도범은 1.1%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71세 이상 고령층은 68.5%나 급증했다.

‘노인’ ‘절도 범죄’ 모두 관심 있는 주제가 아니라 보도조차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 절도범 고령화 배후에 무엇이 숨겨져 있고 원인이 무엇인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생계를 유지할 수단이 없으니 절도로 내몰리는 것이다. 돈 몇푼 벌겠다고 폐가전제품으로 알고 가져와서 그리된다. 장발장처럼 빵 한 조각 훔치다가 감옥으로 내몰린다. 생계형 절도범에게 돌아오는 건 절도액의 수십배, 수백배에 달하는 벌금형이다. 벌금 낼 돈 없는 사람에게 무이자로 300만원까지 빌려주는 ‘장발장은행’ 대출 신청자 중 노인 절도나 폭력범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벌금을 내지 못하면 벌금 10만원을 1일로 환산해 그 기간만큼 노역장에 가둔다. 먹고살려고 훔쳤다가, 결국 구금 신세가 되어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가난을 엄벌하는 꼴이다. 벌금형보다 무거운 처벌인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가 가난한 이에게는 오히려 선처로 여겨진다. 대부분 가벼운 절도이므로 경찰이 훈방 조치하거나 검사가 기소유예하고, 재판으로 가더라도 선고유예 처분이 내려지면 좋을 텐데, 그러지 않으니 가뜩이나 과밀화된 교정시설이 더 비좁아진다. 벌금형의 집행유예라도 가능하다면 황혼에 비참한 신세라도 면할 수 있으련만, 현행법에서는 그마저도 어렵다. 그러니 주로 벌금형을 선고하는 약식명령 절차에서도 벌금형의 집행유예가 가능하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들의 사회적·경제적 여건이 나아지지 않으면, 초범이 재범이 되고 또 범법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범죄 하면 먼저 형벌이 떠오르지만, 처벌하고 가두어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형벌은 결코 사회복지정책, 노동정책, 교육정책, 경제정책 등이 해야 할 사회정책적 설계의 결함을 메울 수단이 될 수 없다. 범죄에 빠지게 되는 여러 원인을 미리 차단하는 사회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범죄예방 정책이 그래야 하지만, 특히 노인 범죄예방에는 꼭 필요한 정책이다. 대통령이 약속한 것처럼 노인이 사회의 ‘중심 구성원’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사회적 고립을 줄여나가는 사회안전망부터 구축해야 한다. 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등 좋은 사회정책이야말로 노인 범죄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형사정책이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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