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장 공사 자금 댄 130명 초청
일부 기업은 규제 대상·소송 중
기부금에 ‘이해충돌’ 지적 나와
기금 모금 앞두고 연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백악관 연회장 신축 공사를 위한 기금 모금 만찬을 앞두고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백악관 내 연회장 신축을 추진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건축 비용을 후원한 실리콘밸리, 방산업계 최고경영자(CEO)와 억만장자 금융인 등을 15일(현지시간) 백악관으로 초청해 호화 만찬을 열었다. 기부금을 낸 기업 중 일부는 연방정부의 규제 대상이거나 정부와 소송 중이라 이번 후원에 이해상충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약 130명의 주요 기업 대표, 재력가 등과 만찬을 했다. WSJ가 입수한 초청 기업인 명단엔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아마존, 애플, 팔란티어 등 기술 대기업과 방산업체 록히드마틴,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CEO들과 석유 재벌 해럴드 햄 콘티넨털리소스 창립자 등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이 만찬을 1년 후나 1년 반 후에 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기업들이 자신의 후원 요청에 신속하게 응해 건축 비용 2억5000만달러(약 3500억원) 모금을 일찌감치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기업이 2500만달러(약 350억원)를 냈다고 소개하면서 연회장이 완공됐을 때도 “우리가 당신들을 좋아한다면” 이날 만찬 참석자들을 가장 먼저 초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기부금을 낸 기업 외에도 가전 업체 캐리어가 연회장에 에어컨을 달아주고 철강 업체, 방탄유리 업체 등이 자재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새 연회장은 백악관 이스트룸 인근 부지에 약 8400㎡ 규모로 건설되며 999명을 수용할 수 있다.
WP는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 이후 사적인 저녁 식사, 거액의 기부금, 호화로운 선물을 통해 대통령과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해왔다”며 “연회장 건축 후원은 기업들 처지에선 대통령에게 다가가는 또 다른 길”이라고 지적했다. WP는 “아마존, 록히드마틴, 팔란티어 등 이날 초청된 다수 기업은 미 연방정부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곳이고 일부는 정부에 소송을 당했다”며 이들의 기부에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이 15일째 이어져 공무원 수천명이 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호화 만찬을 여는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로즈메리 보글린 민주당 전국위원회 공보 책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종식을 위한 합의는 이루지 못한 채 부유한 친구들, 기부자들과 만찬에 열중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