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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찾아 캄보디아 현지 스캠 조직에 가담한 한국인들이 국내 법원에서 잇따라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16일 경향신문이 대법원 인터넷 판결서 열람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최근 1년간 '캄보디아 범죄단체 가입 사건' 1심 판결문 14건을 보면 피고인 14명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범죄조직에서 맡은 역할과 가담 정도, 피해 규모, 증거인멸 시도 여부 등에 따라 선고형량은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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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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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강요당했다 해도 ‘범죄 행위 인식’ 땐 공범…모두 ‘실형’

입력 2025.10.16 21:46

수정 2025.10.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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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범죄단체 가입 사건’ 판결문 14건 분석

상담·번역 등 핵심 업무 가담, 피해 규모 100억대엔 ‘중형’ 선고

“각자 역할 결합해 범죄 완성…죄책 면할 수 없어” 일관된 지적

‘범죄단지’ 찾은 정부 대응팀… 조직원들 떠난 자리엔 생활 흔적 고스란히 김진아 외교부 2차관,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등 정부 합동대응팀원들이 16일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단지에는 조직원들의 생활 공간과 식당이 마련돼 있다. (왼쪽 사진부터 시계 방향).  연합뉴스

‘범죄단지’ 찾은 정부 대응팀… 조직원들 떠난 자리엔 생활 흔적 고스란히 김진아 외교부 2차관,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등 정부 합동대응팀원들이 16일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단지에는 조직원들의 생활 공간과 식당이 마련돼 있다. (왼쪽 사진부터 시계 방향). 연합뉴스

대규모 단지 모습도 확인된다. 연합뉴스

대규모 단지 모습도 확인된다. 연합뉴스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찾아 캄보디아 현지 스캠(사기) 조직에 가담한 한국인들이 국내 법원에서 잇따라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이들은 “범죄에 가담한 줄 몰랐다”거나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범죄조직 구조와 역할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엄벌했다.

16일 경향신문이 대법원 인터넷 판결서 열람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최근 1년간 ‘캄보디아 범죄단체 가입 사건’ 1심 판결문 14건을 보면 피고인 14명은 모두 실형(벌금형 2명, 징역형 12명)을 선고받았다. 범죄조직에서 맡은 역할과 가담 정도, 피해 규모, 증거인멸 시도 여부 등에 따라 선고형량은 다양했다.

A씨는 2023년 11월 지인을 통해 ‘한 달에 1000만원 이상 벌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 캄보디아에서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기로 했다. 이후 그는 범행 수법과 내부 규율 등을 교육받고 2024년 1~3월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했다. 그는 콜센터 숙소에서 합숙생활을 하며 피해자 유인 역할도 했다. 울산지법은 A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며 “단순한 유인책을 넘어 조직에 깊이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대전지법은 지난해 9월 중국인 조직원이 작성한 ‘주식 리딩 사기’ 문구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교정한 B씨에게 징역 5년6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범죄행위 일부만 분담한 게 아니라, 해외 범죄단체의 구성원으로서 조직적 역할을 수행했다”며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매니저’로 활동한 C씨도 중형을 피하지 못했다. C씨는 ‘한 달에 1000만~15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지인의 제안을 받고 지난해 2월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C씨는 약 4개월간 주식 종목을 추천하며 피해자 31명을 속였고, 피해액은 30억원에 달했다. 대전지법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피해 규모가 크거나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해 범죄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경우 형량은 더 높았다. 한 피고인은 피해자 57명, 피해액 100억원 이상이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피고인들의 “몰랐다” “협박 때문이었다”는 항변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해 도박 채무를 갚기 위해 캄보디아로 건너가 계좌관리 업무를 맡은 D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D씨는 “단순히 환전용 계좌를 제공했을 뿐, 주식 리딩방 사기에 연루된 사실은 몰랐다”며 “조직원들의 협박과 감금으로 어쩔 수 없이 협조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형법 제12조(강요된 행위)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기 범행의 구체적인 수법을 전부 알지 못했더라도, 자신의 행위가 범죄 실현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식했거나 적어도 미필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모·공동정범으로 판단했다. 이어 “현지 숙소에서 일정한 제약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에 신고하거나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의 행위를 전혀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가 제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울산지법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E씨는 ‘한 달에 5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캄보디아로 건너가 주식 리딩방 사기 번역조로 일했다. E씨는 “단순 번역 업무만 맡았을 뿐, 범행의 구체적 수법이나 피해 규모는 알지 못했고, 얻은 수익도 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지시를 받고 급여를 수령하는 등 피고인의 행위가 사기 실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지적하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007년 판결에서 “공모는 특정한 형식을 요구하지 않으며, 범죄를 공동으로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된다”며 “전체 범행을 사전에 함께 모의하지 않았더라도, 순차적이거나 암묵적인 방식으로 공모 의사가 결합됐다면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범행 도중 공모관계에서 벗어나려면 실행을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여전히 공모관계가 유지된다”고 했다.

이성용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조직 내 역할을 수행한 경우는 단순 고용이 아닌 조직적 협력관계로 보기 때문에 더 중하게 처벌된다”며 “현지 취업을 빌미로 한 범죄조직 유입이 늘고 있는 만큼, 출국 전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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