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모 일러스트. 경향신문 자료사진
최근 4년간 학교 내 공사 현장에서 산업재해로 24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재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 의무도 지키지 않은 교육청이 절반을 넘는 등 교육청이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공사에 대한 안전 관리 책임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교육청 발주 공사 현장에서 산업재해가 968건 발생했다. 산재 사고는 2022년 129건에서 2023년 191건으로 늘었고, 2024년 395건으로 급증한 뒤 2025년에는 상반기에만 253건 발생했다.
사망 사고도 매년 급증했다. 968건 중 사망 사고는 24건이었다. 사망자는 2022년·2023년 각각 4명에서 2024년 8명이었다. 올해 사망자는 2025년 7월 기준 이미 8명이 발생했다. 사망 건수는 경기 7건, 경북·부산·전남 3건, 광주·인천 2건, 강원·대구·전북·제주·충북 1건 순으로 많았다. 추락 사고는 전체 중 24%(235건)였는데 중상과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사망 사고 24건 중 19건도 추락사였다.
학교 내 공사 현장의 안전조치는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경북의 한 중학교 공사 현장에선 사다리를 타고 작업하던 노동자가 떨어져 숨졌는데 개인안전보호구를 미착용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도 경북 내 한 고등학교에서 1.8m 높이 비계 위에서 내려오던 노동자가 미끄러져 머리를 바닥에 부딪힌 뒤 사망했다. 노동자가 작업 과정에선 안전모를 착용했으나 작업 완료 후 안전모를 미착용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유형의 안전관리가 반복적으로 미흡했다.
올해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선 에어컨 설치를 위해 천공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1.8m 높이 비계에서 떨어져 숨졌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는 위험 요인을 줄이기 위해 공사 계획·설계 시 안전보건대장을 작성하고 전문가에게 검증받아야 한다. 그러나 해당 현장에선 대장 검증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채 공사가 진행됐다.
부산 사례처럼 기본적인 법적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는 사례는 절반이 넘었다. 특히 교육청별 안전 관리 격차가 컸다. 안전보건대장 작성 및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는 50억 이상 규모 공사 697건 중 395건으로 56%에 달했다. 부산교육청은 대상 공사 54건 전체에 대해 안전보건대장을 검증받지 않았다. 경북교육청은 공사 54건 중 6건에 대한 안전보건대장을 작성하지 않았다.
착공 전 안전관리 전문기관과 기술지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교육청들도 있었다. 산재 예방 기술지도는 공사 현장을 점검·지도하는 법적 의무 제도 중 하나다. 그러나 경북교육청은 공사 2736건 중 60건에 대해 기술지도를 계약하지 않았고, 전북교육청도 1900건 중 28건에 대해 이행하지 않았다.
교육청의 안전보건 정책이 학생과 교원에 초점을 두고 있어 교육공무직이나 하청 노동자의 노동 안전은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학교 현장의 공사가 외주화되다 보니 위험 파악도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발주 공사 등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승아 의원은 “산재 예방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임에도 교육청 관내 현장에선 기본 안전조치도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교육청은 산재 예방 책임을 강화하고 현장 안전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