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50주년 ‘무라야마 담화’ 주역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
일본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과거 식민 지배를 사과했던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가 별세했다. 향년 101세.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17일 무라야마 전 총리가 이날 일본 규슈 오이타현 오이타시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1924년 오이타시에서 11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난 무라야마 전 총리는 메이지대학 정치경제학과 졸업 후 전후 노동운동을 이끌었다. 일본 사회당 소속인 그는 1951년 오이타시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오이타현 현의원을 거쳐 1972년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에 처음 당선됐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중의원 후생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연금·의료 등 사회보장제도 마련에 힘썼다. 1991년 사회당 국회대책위원장으로 발탁된 그는 1993년 사회당 총재가 됐다.
무라야마 당시 총재는 1994년 일본 제81대 총리로 선출돼 ‘자사사(자민당·사회당·사키가케당)’ 연립정부를 이끌었다. 사회당 출신으로는 가타야마 데쓰 전 총리 이후 47년 만의 총리였다.
취임 이듬해인 1995년 그는 종전 50주년을 맞아 일본의 식민 지배와 주변국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명시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무라야마 당시 총리는 “일본이 식민 지배와 침략전쟁을 했다”며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1996년 1월 총리직에서 사임한 그는 사회당의 후신인 사민당의 초대 총재를 지냈다. 그는 2000년 정계를 은퇴하고 자택에서 여생을 보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현직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한반도 식민지 지배를 사과했다고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