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지난 1월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버스가 나오고 있다. 권도현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불법 계엄 선포 이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체포 시도를 막기 위해 관저 진입을 막으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는 17일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공판을 열었다. 피고인석은 역시나 비어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첫 번째 재판과 보석 심문에는 출석했으나, 보석이 기각된 이후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대통령실 경호처 소속이었던 이진하 전 경비안전본부장과 김신 전 가족부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이 전 본부장은 지난해 12월 공수처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을 법원이 발부한 이후 상황을 설명하며 김성훈 당시 경호처 차장으로부터 “수사기관이 (관저에) 진입할 수 없도록 무조건 사수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특검팀이 “그게 피고인 지시였느냐”고 묻자, 이 전 본부장은 “그렇게 이해했다”고 답했다.
김성훈 전 차장과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이 경호처 회의에서 강경하게 저항하자는 발언을 했다고도 말했다. 특검이 “김 전 차장이 ‘저놈들(경찰) 우리가 때려잡아야 한다. 경찰은 수사권이 없다’고 이야기했나”라고 묻자, 이 본부장은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광우 전 본부장이 ‘경찰이 위법행위를 하니 체포해야 한다. 내가 총을 차고 다니겠다. 철조망을 설치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증거 인멸을 위해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등 군사령관들의 비화폰 내역을 삭제하라고 대통령경호처에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김대경 전 경호처 지원본부장도 지난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윗선으로부터 “비화폰 지급 내역과 통화 기록을 지우라고 지시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위법한 지시라고 생각해 따르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날 이 전 본부장 역시 김성훈 전 차장으로부터 경호처 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본부장은 “김대경 본부장이 ‘차장으로부터 사령관 3명 통화 기록을 삭제하라고 했다’며 어떻게 해야할지 저에게 상담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호처 회의에서 김 전 차장이 ‘시키는 대로 안 한다’고 김 본부장을 질책하고, 김 본부장이 ‘죄송하지만 그렇게 못 하겠다’고 하는 걸 옆에서 들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