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분할납부 위해 보유 주식 처분
이재용은 처분 안 해···지분율 1.65%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오픈AI 샘 올트먼 대표와 만나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수가 모친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의 주식 수를 추월한다. 상속세 납부 등을 위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한 홍 명예관장과 달리, 이 회장은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주식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17일 보면, 홍라희 명예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전날 신한은행과 삼성전자 주식 1771만6000주 처분을 위한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삼성전자 종가인 9만79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총 1조7344억원 규모다. 홍 명예관장이 1000만주, 이부진 사장이 600만주, 이서현 사장이 171만6000주를 각각 매각한다.
세 사람은 신탁 계약 체결 목적에 대해 “세금 납부 및 대출금 상환용”이라고 밝혔다. 상속세 분할납부를 위해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 사람과 이재용 회장은 5년간 6회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하고 있는데, 내년 4월 마지막 납부를 마칠 예정이다. 이들 4명이 6회에 걸쳐 내야 하는 전체 상속세는 1회당 2조원씩 총 12조원이다.
주식 처분을 마치면 홍 관장의 보유 주식 수는 기존 9797만8700주(1.66%)에서 8797만8700주(1.49%)로 줄어 장남 이재용 회장보다 낮아진다. 현재 이 회장의 보유 주식 수는 9741만4196주(1.65%)다. 이부진 사장은 4174만5681주(0.71%), 이서현 사장은 4557만4천190주(0.77%)를 각각 보유하게 된다.
2020년 10월 이건희 전 회장이 별세하기 전 홍 관장의 주식 수는 5415만3600주로 세 자녀보다 많았다. 당시 이재용 회장은 4202만150주였고, 이부진·서현 자매는 0주였다.
이후 법정 비율대로 상속이 이뤄지며 홍 관장은 세 자녀(5539만446주)의 1.5배인 8309만166주를 상속받았다. 그로 인해 상속 직후에는 보유 주식 수가 1억3724만4666주로 늘었다.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는 시기가 돌아올 때마다 세 모녀가 주식을 팔아 재원을 마련했다. 세 모녀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에스디에스, 삼성생명 주식 등도 처분했다.
이재용 회장은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개인 대출과 배당 수익 등을 통해 상속세를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한을 잃지 않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