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증’은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심한 어지럼으로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든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가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을 겪은 원인으로 알려져 주목받기도 했다. 이석증은 평생 한 번 이상 겪을 확률이 약 6%에 이를 정도로 흔한 질환인데, 특히 50대 이후 여성이 갱년기를 지나면서 호르몬 변화에 따라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귀는 소리를 듣는 청각 기능뿐만 아니라 인체의 평형 유지도 담당한다. 이석은 귓속에 있는 모래와 비슷한 작은 알갱이로, 몸과 머리가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기울어질 때 따라 이동하면서 위치를 감지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런데 이석이 원래 있어야 할 범위를 벗어나 가까운 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극심한 어지럼증을 느끼는 이석증이 발생한다.
서재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반고리관에 들어간 이석은 저절로 빠져나오거나 녹아 없어질 수도 있지만 자연 치유에는 한 달 정도가 걸려 그동안 어지럼증과 구토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이석이 제자리로 돌아가려면 미로 같은 귀의 구조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를 돕기 위해 이석치환술이라는 물리치료를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석을 원래 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치환술은 한 번에 완치 효과를 보이기도 있지만 며칠에 걸쳐 반복적으로 시행해야 완전히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시술 후에도 떨어진 이석의 잔여물 때문에 어지럼증이 일정 기간 더 이어지기도 한다. 이때 진정제나 진토제를 사용해 어지럼과 구토를 완화할 수는 있으나 증상을 덜어줄 뿐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주목할 점은 계속 옆으로 누운 자세를 유지하면 중력에 의해 이석이 반고리관으로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장기간 누워 지내는 침상 생활을 하면 이석증이 잘 생긴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만성질환이나 고령으로 누워 지내는 시간이 길 경우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 질환이 이석증이지만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 다양하므로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 증상이 평소보다 오래 지속되거나 신경마비 같은 다른 이상 증상이 동반되면 뇌졸중,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 등 더 심각한 질환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또한 이석은 수만개의 작은 입자이기 때문에 다시 이탈해 이석증이 재발할 가능성도 높은 편이므로 예방을 위한 관리도 중요하다. 서재현 교수는 “특히 골밀도가 낮아 귀 안에서 이석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는 경우 증상이 반복될 수 있다”며 “재발을 예방하려면 칼슘과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하고 햇빛을 쬐는 야외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