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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잡는 제3자 녹음, 증거 인정해야

입력 2025.10.19 20:39

수정 2025.10.19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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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흔한 사건임에도 이제는 전 국민이 샅샅이 내용을 알아버린 그 사건. 2022년 9월, 한 웹툰 작가의 자폐성 장애 아들에게 특수교사가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정말 싫어” 등 폭언을 반복한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가 있다. 달라지는 아이 모습에 외투 속에 넣어 보낸 녹음기에 담긴 당시의 상황에 대해 2024년 2월 1심은 특수교사가 정서적 학대를 한 것이 맞다며 벌금 200만원 선고를 유예했다. 그러나 2025년 5월 항소심은 이를 무죄로 뒤집었다. 해당 녹음파일이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는데 제3자가 녹음한 것이라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학대 여부 판단은 하지도 않았다. 검찰은 상고했다.

학대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다 보면 다양한 녹음파일을 듣게 된다. 흐느낌이나 울음, 거친 호흡, ‘짝’ 하고 ‘퍽’ 하는 소리, 그리고 낮게 깔린 욕설. 이 모든 것을 붙잡아 두는 가장 쉬운 기술이 녹음이니까. 장애인 학대, 노인 학대, 아동 학대 등은 폐쇄회로(CC)TV나 블랙박스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은밀하게 일어나는데, 피해자들이 일목요연하게 상황을 진술하기 어렵기 때문에 희미한 현장 녹음 한 가닥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대화 당사자 아닌 제3자에 의한 녹음을 예외 없이 불법이라 보는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제3자 녹음 학대 사건을 풀어가는 법원의 고민이 구불구불 복잡하기만 하다. 실제 있었던 판결들을 바탕으로 쉽게 설명하면 이러하다.

활동지원사가 거리낌 없이 중증 뇌병변 지적장애 여성 장애인에게 욕설과 조롱을 반복하는 모습을 법인 직원이 목격했다. 그 여성 장애인은 법인 산하 자립주택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법인으로서는 실체 파악을 위해 딱 하루만 그 주택 내부 소리를 녹음하기로 했다. 녹음이 되는 줄 몰랐던 활동지원사는 평소처럼 장애인을 때리고 욕하며 조롱했고, 그 음향과 음성은 고스란히 녹음기에 담겼다. 법 때문에 법원은 제출된 소리마다 각각 나눠서 증거능력을 판단했다. ‘때리는 소리’는 대화가 아니므로 증거가 되고, ‘조롱하고 욕하는 피고인의 목소리’는 ‘피해자가 녹음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것에 추정적으로 동의한 것’이므로 공익 실현을 위해 증거능력을 인정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피고인은 처벌받았다.

10개월 된 아기를 아이돌보미에게 맡기며 혹시 몰라 켜둔 녹음기에 아이돌보미가 아기 엉덩이를 짝짝 때리는 소리, ‘미친놈’ ‘또라이’ 같은 욕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 사건의 1심 법원은 아기를 향한 돌보미의 일방적인 욕설도 ‘돌보미와 아기의 대화’라며 증거능력을 부정했지만, 2심은 ‘대화가 아니고 비언어적 정보’라고 보아 통신비밀보호법 적용을 배제해 증거로 쓰게 해주었다. 피고인은 처벌받았다.

21개월 된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밥을 잘 먹지 않는다고 ‘먹지 마, 울지 마, 시끄러워, 귀 아파’라고 반복해 소리치면서 우는 아이를 몰아세우는 보육교사의 음성이 녹음된 사건도 있었다. 법원은 이 음성이 ‘대화’가 아닌 ‘비언어적 정보’라는 점을 근거로 녹음파일을 증거로 받아들였다. 통신비밀보호법이 이처럼 예외 없이 제3자의 녹음을 금지하는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면 1992년 대선과 맞물렸던 ‘초원복집’ 사건이 나온다. ‘불법 녹음 엄단’만을 외치며 1993년 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이 시대의 변화를 담지 못하면서 학대 가해자들에게 괜한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이다.

제3자 녹음은 늘 옳지도, 늘 그르지도 않다. 판례마다 예외를 쌓아 올리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기에 결국 법이 바뀌어야 한다. 입법부와 사법부가 함께 통신의 자유와 피해자 보호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머리를 맞대서, 학대를 잡아내는 제3자의 녹음을 일정한 요건 아래 합법화해야 한다. 국회 입법 발의와 함께 이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를 간절히 바라본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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