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관세 후속 논의 후 귀국
“APEC 계기 타결 가능성 높아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사진)은 “방미 협의에서 대부분의 쟁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며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3500억달러(약 499조원)의 대미 투자 방식과 시점을 두고 교착 상태에 놓여 있던 협상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김 실장은 19일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양국이 매우 진지하고 건설적인 분위기 속에서 협상에 임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김 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을 만나 2시간가량 협상을 진행했다. 러트닉 장관은 관세협상의 투자 분야를 총괄하는 핵심 인물로 꼽힌다. 김 실장은 “2시간이 훌쩍 넘는 공식 협의 외에도 이어진 만찬에서 밀도 있는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과 면담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 “이번 방미 전보다는 APEC 계기 내 타결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면서도 “여전히 조율이 필요한 남은 쟁점은 한두 가지 있다. 그 쟁점을 귀국해 우리 부처와 심도 있게 검토해서 우리 입장을 추가로 전달하고 추가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의 핵심 쟁점은 대미 투자펀드에 대한 구체적 운용 방식이다. 미국은 전부 직접 투자 방식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한국은 국내 외환시장 충격 등을 고려해 직접 투자 비중을 조정하고 대출·보증 방식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여기에 미국의 대두 수입 확대 요구도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김용범 “통화스와프, 한국 감내 범위에서 협상”
김 실장은 ‘한국의 대미 투자금 3500억달러를 10년간 분할 투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느냐’는 물음엔 “개별적인 쟁점에 대해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7월31일에 합의된 3500억달러라는 숫자에 대해서는 저희도 유념하고 있다”며 “상호 호혜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운용돼야 한다는 점 등에 대해 양국이 상당히 의견 일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불’ 방식을 고집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장에 변화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협상중이라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논의와 관련해 김 실장은 “(양국의) 이해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 정도만 말씀드린다”며 “한국이 감내 가능한 범위에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이전보다 한·미 간 의견이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에게 유선 등을 통해 협상 결과를 간략히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주말 동안 공개 일정을 최소화하는 한편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수시로 보고받으며 진행 상황을 직접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APEC 정상회의를 일종의 데드라인으로 삼고 막판 협상에 전력을 다한다는 구상이다. 관세협상 타결을 고리로 추석 연휴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반등시킬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셈법도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