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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가 좋은 산업이 되려면

입력 2025.10.20 22:36

지난 추석 연휴에 아들과 함께 QWER이라는 아이돌 밴드의 첫 단독콘서트에 갔다.

기차 시간 때문에 행사장에 몇시간 일찍 도착했음에도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외국인도 종종 보였다. 긴 대기시간을 거쳐 온라인으로 어렵게 티켓을 예매했고, 현장에서 손목밴드로 확인받고, 공연장 주변에 설치된 포토라인을 배회하고 굿즈를 기웃거리며 공연 시간을 기다렸다. 옛날처럼 종이 티켓 한 장 들고 시간에 맞춰 공연장에 입장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한류, K컬처, K콘텐츠, 이런 말을 듣긴 했지만 현장에 가보니 그 변화가 실감 났다. 소속사에서 몇년을 연습해서 완성형으로 데뷔하는 아이돌도 있지만, 이 밴드는 성장형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밴드 문화를 부흥시키고 있다. 성장형 밴드이니 초반에 실력이나 경력과 관련된 논란이 많았는데, 그 과정을 지켜보고 응원하며 ‘바위게’라는 팬덤이 단단해져서 콘서트장의 열기는 정말 엄청났다. 옛날처럼 아티스트에 열광만 하던 시대도 지나갔고, 아티스트와 팬덤이 함께 문화를 만들어가는 시대가 됐다.

문화가 산업이어야 하는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산업화된 것이 현실이라면 그에 맞는 조건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라고 하지만 콘서트가 가능하려면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 티켓을 예매한 관객을 응대하고 굿즈를 판매하고 관람객들을 통제해서 공연장의 안전을 유지하는 일부터 무대를 만들고 아티스트의 스타일을 꾸미고 음향과 조명을 관리하는 일까지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다. 그리고 아티스트들도 기획사에 소속된 처지이니 어느 정도 노동자성을 가진다. 엔터 산업, 콘텐츠 산업이라는 말로 예쁘게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사람이 움직이는 산업이다.

콘텐츠 산업 움직이는 건 노동이다

그런데 한국의 다른 산업들처럼 공연과 관련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도 좋지 않았다. 2022년에 고용노동부가 조사해서 발표한 연애 매니지먼트 분야 근로감독 결과를 보면, 12개사에서만 5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이 드러났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노력에 비해 낮은 임금,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지금도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봐도 많은 불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콘서트 당일에 본 공연 스태프들은 대부분이 청년이었다. 콘서트 시간은 두 시간 남짓이지만 준비하는 시간은 더 길었을 것이고 많은 사람을 응대해야 해서 다들 지쳐 보였다. 아마도 무대나 메이크업을 맡은 노동자들은 훨씬 더 긴 시간 동안 일했을 것이다. 공연과 관련된 일의 특수성도 당연히 있겠지만 일의 만족도를 높이고 노동조건을 강화할 지침도 필요하지 않을까?

공연장의 스태프가 단순노동이라 낮은 임금을 받는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입장객을 효과적으로 안내하고 공연장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에는 숙련성이 필요 없을까? 한국의 공연문화가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면 점점 더 많은 외국인 관객들이 올 텐데, 이들을 응대하는 데는 전문성이 필요 없을까? 이제는 아티스트와 팬이 함께 문화를 만들어가는 시대라서 갈수록 다양해지는 팬들의 선호를 수용하고 조절하는 일에도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처럼 아티스트와 무대, 조명 같은 일만이 아니라 팬이나 관객을 응대하고 돌보는 노동에는 전문성이 필요하고, 그런 전문성이 쌓이려면 좋은 노동조건이 중요하다. 아티스트에게 성장할 시간이 필요하듯이 노동자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인프라만큼 사람도 좀 지원하자

이재명 정부는 K컬처를 연계한 관광생태계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에 현직 프로듀서인 박진영씨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의 대중문화가 웃음과 감동을 줄 뿐 아니라 한국 경제를 책임질 핵심산업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진영 위원장도 엔터 팬덤 산업의 부흥을 위해 다양한 국제행사를 마련하고 다양한 공연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쉬운 점은 이런 것이다. 아마 그 출범식도 많은 인력이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며 마음을 졸였을 것이다. 그런 자리에서 대통령이나 위원장이 행사나 인프라만이 아니라 사람과 노동에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팬들과 함께 평생 즐겁게 음악 하고 싶다는 밴드의 바람이 꼭 이뤄지도록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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