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코리넥 버지니아대 경제학과 교수. 코리넥 교수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인간을 대체하는 ‘범용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이 상용화한다면, 저소득보다 고소득 일자리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또 AGI 발전은 노동·자본 간 소득 불평등을 강화하고, 물가 상승 압력과 세수 부족을 불러오는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공지능(AI) 연구자인 안톤 코리넥 버지니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20일 인천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구조개혁장관회의’의 부대행사로 열린 ‘디지털 이코노미 포럼’에서 “(AGI 발전에 따른) 불확실성과 경제적·재정적 도전에 대비하기 위한 상황별 계획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AGI란 인간 수준의 인지 능력을 지닌 AI다. 인간처럼 생각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모든 지능적인 일을 인간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그는 AGI가 상용화한다면 인간의 지능적 노동을 대체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코리넥 교수는 “(AGI가 상용화한다면) ‘인간 경제’와 ‘AI 경제’의 분리(디커플링)로 이어지고, 언젠가는 AI 경제가 인간 경제를 압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AI 경제는 인간의 노동 없이도 빠르게 성장한다”며 “자본과 에너지가 AI 경제에 집중되면서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압력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리넥 교수는 특히 “AI는 저소득 직종보다는 주로 고소득·고학력 직종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AGI 시대에는 실질 임금이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버튼 한 번으로 인간 수준의 AI 노동자를 무한히 생성할 수 있게 되면, 인간 노동의 시장가치는 급격히 하락할 것”이라며 “경제 생산성은 폭증하겠지만 임금은 정체되거나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는 금융 시장과 국가 재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는 “금융 측면에서도 대규모 자산 재배분, 부채 불이행 위험, 국가 재정 불안정이 발생할 수 있다”며 “많은 고소득·지식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다면, 부채 상환 불능과 소비 위축, 세수 감소로 이어져 정부 재정도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AI가 가져올 변화 수준은 AI 발전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코리넥 교수는 AI 발전을 둘러싼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째는 AI가 1990년대~2000년대 ‘인터넷 혁명’ 때처럼 서서히 발전하는 ‘점진적 시나리오’다. 두 번째는 약 20년 이내 AGI가 등장하는 ‘기본 시나리오’다. 세 번째는 AGI가 3~5년 이내 등장해 급격한 기술 혁신과 경제 충격, 노동시장 혼란을 수반하는 ‘공격적 시나리오’다.
그는 “AI 투자 열풍이 과연 거품이냐는 질문이 많은데, 현재 AI 시장에는 과열의 징후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AGI 개발이 성공한다면 지금의 고평가가 정당화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코리넥 교수는 AI 시대에 대비해 각국이 ‘불평등·소득 재분배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AI 이익은 노동자가 아닌 자본소득자에게 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소득 재분배 시스템을 제고해야 한다”고 했다. 또 교육이 기술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 교육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간 전문가가 하던 일을 AI가 한다면 교육의 경제적 가치가 감소하고, 교육의 시민적 가치는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을 두고는 “AGI가 등장하면 AI 산업은 과열되지만 노동시장은 위축된다”며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과 실업이라는) 딜레마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