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왼쪽)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국감 기간중 국회에서 딸 혼사를 치른 최 위원장 처신의 부적절성을 지적한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 연합뉴스
“정치인은 사적 동기를 공적 목적으로 포장해 자신의 존재를 공익으로 최대한 합리화할 줄 아는 이들이다.” 정치학자 해럴드 라스웰의 이 질타보다 정치인의 거짓을 ‘팩폭’한 말은 많지 않다. 때로 정치인의 허언은 거짓임을 증명할 수도, 참임을 입증할 수도 없다. ‘모호한 거짓’의 경계에 머물도록 하는 게 정치인 언어의 궁극적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리 보면 정치인은 “진실을 말하되 비스듬히 말하라”(에밀리 디킨슨)는 조언을 비틀어 ‘거짓을 비스듬히 말’할 줄 아는 이들이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0일 국정감사 기간 중 국회에서 딸 결혼식을 한 데 사과하며 내놓은 해명이 뒷말을 낳고 있다. 식장 앞엔 피감기관과 기업들 화환이 줄지었다고 한다. 최 위원장은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결혼식을 딸이 주도했다며 “평소 스타일이라면 꼼꼼히 따져 화환 받지 말라고 했을 텐데 시간이 없어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했다. 딸로부터 ‘결혼식이 내일인데 까먹지 말라’는 부탁도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과 출신인 제가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밤에 잠을 못 잘 지경”이라며 “정말 딸 결혼식을 신경 못 썼다”고 했다. 양자역학이 의문의 1패를 당했다.
최 위원장이 양자역학을 끌어온 건 묘한 여운을 남긴다. 대가들조차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아인슈타인), “신은 주사위를 던질 뿐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던지기도 한다”(스티븐 호킹)고 입씨름할 만큼 양자역학은 물리학의 논쟁 대상이다.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비유는 에르빈 슈뢰딩거가 양자역학의 모호성을 비꼬려 고안한 사고실험이었다. 우리가 발 디딘 물리적 세계가 있고도 없는 ‘중첩’된 우연의 세계라니…
최 위원장의 양자역학 핑계도 어이없지만, 결혼식 전날 ‘까먹지 말라’ 연락받았다는 해명은 상식적으로 황당하다. ‘거짓’이라 의심할 수밖에 없지만, 단정하지 못하니 ‘군색한 해명’ 정도로 해둘 밖에. 하지만 ‘참말’이라 납득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애초 피감기관들이 국회에 불려나오는 국정감사 때 딸 혼사를 치른 것부터 몹시 부적절하다. 감각할 수 없는 원자·전자의 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처럼 정치인 언어는 참·거짓을 분별할 수 없는 현실 밖 세계에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