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전시의회, ‘외국거주 없어도 입학’ 조례
내국인비율도 30→50% 상향, 조건 대폭 완화
전 과정 영어 교육…“고액 사교육 조장할 것”
지난 20일 광주시의회 앞에서 교육단체 활동가들이 광주외국인학교의 내국인 입학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이 조례에 반대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강현석 기자
연구개발(R&D)특구인 광주와 대전에서 해외 거주 이력이 없는 내국인의 입학을 정원의 절반까지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있다. 연간 학비가 고교생 기준 3000만∼6000만원에 이르는 이들 학교가 소수 고소득층 자녀의 ‘귀족학교’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는 지난 16일 ‘광주외국인학교 내국인 입학자격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새 조례안은 외국인학교의 내국인 입학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새 조례안에서는 ‘외국 거주기간 3년 이상’인 학생만 지원할 수 있었던 기존 내국인 입학 기준을 폐지하고, 해외 거주 이력이 없는 학생도 입학 할 수 있도록 했다. 전체 정원 중 내국인 입학 비율도 기존 30%에서 50%로 절반까지 늘렸다.
조례가 오는 23일 광주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원이 350명인 광주외국인학교는 해외 거주 여부와 상관없이 내국인 학생을 175명까지 선발할 수 있게 된다.
대전시의회도 지난 6월 ‘대전외국인학교 내국인 입학자격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 역시 해외 거주 이력과 관계 없이 내국인을 정원의 50%까지 선발토록 허용하고 있다. 대전외국인학교 정원은 1500명이다.
외국인학교의 입학규정은 본래 ‘초·중등교육법’에 규정되어 있다. 원칙적으로는 지자체의 조례로 상위법에 위배되는 입학규정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지난 4월 ‘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 시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특별법에서는 연구개발특구 내 외국인학교의 내국인 입학 자격을 광역의회가 조례를 통해 별도로 정할 수 있게 했다.
전국 38개 외국인학교 중 연구개발특구에 있는 학교는 광주와 대전 2곳이다. 이들 지방의회는 “특구 내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특구 활성화와 우수 인력 유치를 위해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내국인 입학 기준이 대폭 완화된 이들 외국인학교가 고소득층 등 일부 특권층 자녀들을 위한 학교로 변질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외국인학교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과정을 통합 운영한다. 모든 교과 과정은 영어로 진행되며 고액의 학비를 받고있다. 외국인학교 학생들은 1인당 연간 3000만∼6000만원을 학비 등으로 납부하고 있다. 광주외국인학교는 고등학생 기준으로 입학금 400만원, 연간 수업료 2580만원, 통학버스비 180만원을 받는다.
대전외국인학교는 고등학생 기준 입학금 480만원과 연간 수업료로 4189만원을 받는다. 별도 기숙사비가 1789만원, 통학버스비가 320만원이다. 기숙사 생활을 한다면 연간 학비가 6000만원을 넘는다.
광주시교육청은 광주시의회 조례에 대해 “외국 거주요건을 폐지할 경우 내국인의 전면적 입학이 가능해져 외국인학교가 ‘고비용 사교육’ 수단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해당 조례는 ‘외국인의 국내 정주 여건 마련’ 등 외국인학교 설립 취지를 왜곡하고 교육의 형평성을 훼손하고 있다”면서 “내국인 입학 문턱이 낮아져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자녀가 다니는 사실상의 귀족학교가 될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