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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한국은 한때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의 '실험무대'였다.

시장에선 K뷰티가 전 세계에서 '나 홀로' 성장 중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K뷰티가 독자적인 카테고리로서 시장을 조성 중"이라며 "지난해 미국·일본·프랑스 등 전 세계 상위 수출국 화장품 수출은 역성장이거나 완만한 수준이었다. 한국만 20%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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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깐깐 한국인 잡자 세계인도 반했다

입력 2025.10.22 06:11

수정 2025.10.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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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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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누적 수출액 역대 최대

품질 검증 끝나 ‘가성비’ 경쟁

마진율 높고 진입 장벽은 낮아

대기업 아닌 인디 브랜드 주도

제품 생명력 짧고 가품 문제도

“소비자 지향적인 기획 해내야”

서울의 한 CJ올리브영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구매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서울의 한 CJ올리브영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구매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한국은 한때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의 ‘실험무대’였다. 국내 소비자가 하루에 사용하는 화장품이 여느 국가보다 세분화돼 있는 데다 취향이 깐깐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요즘은 한국의 위력이 더 강해졌다. 글로벌 뷰티 시장을 한국이 이끌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K뷰티’ 전성시대다.

세계 속 ‘홀로’ 쑥···연간 최대 수출 경신하나

화장품은 그간 내수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반도체·자동차와 함께 새로운 수출 효자종목으로 떠올랐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화장품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늘어 85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분기 최대 실적도 갈아치웠다. 3분기 수출액은 30억달러로, 지난해 1분기 이후 줄곧 증가세를 보인다. 연간 수출액은 지난해 처음 100억달러를 돌파했는데, 통상 4분기에 수출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최대 실적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수출국도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199개국을 기록하더니 올해는 205개국으로 더 늘었다. 수출 품목도 현재 스킨·로션 등 기초화장품이 주도하고 있지만, 선크림·립스틱·클렌징폼·향수 등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시장에선 K뷰티가 전 세계에서 ‘나 홀로’ 성장 중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K뷰티가 독자적인 카테고리로서 시장을 조성 중”이라며 “지난해 미국·일본·프랑스 등 전 세계 상위 수출국 화장품 수출은 역성장이거나 완만한 수준이었다. 한국만 20%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경제밥도둑] K뷰티, 깐깐 한국인 잡자 세계인도 반했다

K뷰티 활황은 국내 유통업계 분위기에서도 알 수 있다. 신흥 유통채널로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관광코스가 된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는 최근 뷰티 시장에서 맞붙고 있다. CJ올리브영이 국내 최대 뷰티 플랫폼으로 입지를 구축한 상황에서 다이소가 5000원 이하 초저가 화장품을 선보인 데 이어 무신사도 지난달 3900~5900원 스킨케어 라인을 출시했다. 반응도 좋다. 다이소는 지난해 화장품 매출이 전년 대비 144% 올랐으며 올해 상반기 선보인 제품만 800여종에 이른다. 무신사 초저가 화장품은 클렌징부터 보습·영양 등 기초제품을 모두 구매해도 2만원이 넘지 않는 가격으로, 출시 직후 동났다.

편의점과 대형마트는 물론 e커머스들도 앞다워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부분 가성비를 앞세운 초저가 화장품들이다. 이마트는 LG생활건강과 손잡고 4950원 균일가 화장품을 출시했다. 11번가는 자체 뷰티 브랜드 ‘싸이닉’을 다양한 채널에서 판매 중이며, 쿠팡은 뷰티 브랜드와 개발 단계부터 함께하는 ‘트렌뷰’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편의점 CU는 소용량 기초화장품 3종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하반기에 3000원 이하 색조 화장품을 추가로 내놓는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은 믿을 만해야 구입하는데, K뷰티 품질을 믿다 보니 최근엔 브랜드보다 ‘가성비’를 따지는 경향”이라며 “유튜브와 SNS, 화해(화장품 성분 분석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정보가 많아지면서 새로운 제품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의 다이소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이성희 기자

서울 종로의 다이소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이성희 기자

탁월한 기획력·빠른 상품 개발로 승부

국내 화장품 책임 판매업체는 3만여개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왜 뷰티 시장에 진출한 것일까. 업계 안팎에서는 마진이 높다는 점을 든다. 삼일PwC 경영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 ‘K뷰티 산업의 변화’를 보면, 화장품은 원가율(매출액 대비 원가 비율)이 2~30%인 고수익 업종이다. 소모성 제품이라 경기나 계절 등과 무관하게 반복 구매가 이뤄져 안정적인 실적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소비자 반응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어 재고 부담도 적다. 다만 유행에 민감해 지속적인 리뉴얼과 제품 개발이 필요한데, 업체가 다양해지면서 차별화된 성분과 제형 등으로 참신한 신제품이 잇따르면서 K뷰티 성공 방정식을 만들고 있다.

진입 장벽도 낮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의 연구·개발 및 생산 능력 덕분이다. 화장품 생산 기술이나 제조 공장이 없더라도 아이디어와 기획력만 있다면 ODM 업체에 의뢰해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을 발 빠르게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K뷰티 열풍을 대기업이 아닌 아누아·티르티르·조선미녀 등과 같은 ‘인디 브랜드’가 주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구조 덕분에 상품력을 갖춘 신제품이 불과 3개월 만에도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이 신제품 출시에 1년 이상 걸리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낸 <K뷰티 트렌드>에서 “한국 브랜드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목소리를 빠르고 정확하게 상품 기획으로 반영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며 “K뷰티의 숨은 설계자는 고객”이라고 말했다.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했던 노력이 글로벌 경쟁력으로 발전했다는 의미다.

틱톡이나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 맞춘 마케팅도 K뷰티 성공에 주효했다. 특히 미국 시장은 MZ세대(18~44세)가 전체 고객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들은 가성비·기능성 제품과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틱톡에서 본 제품을 구글에서 검색한 뒤 아마존에서 구매하기 때문에 SNS 콘텐츠 활용 경험이 풍부한 K뷰티가 유리했다. 그 결과 한국은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섰다.

K뷰티 열풍은 계속될 수 있을까. 업계에선 스킨케어 외에 헤어·바디케어는 물론 셀프 피부 관리가 가능한 뷰티 디바이스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또 유럽과 중동, 중남미 등으로도 외연을 넓히고 있다.

다만, 김 교수는 “K뷰티 제품 생명력이 짧다는 것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대두되는 가품 문제 역시 K뷰티 브랜드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며 “더욱 소비자 지향적이고 글로벌한 기획을 해낼 수 있을 때 K뷰티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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