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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스캠’ 총책 수배자 놓친 한국 대사관, 제정신인가

입력 2025.10.22 18:50

수정 2025.10.2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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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프놈펜 주캄보디아 대사관에서 22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주캄보디아·주베트남·주태국·주라오스대사관 국정감사에서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캄보디아 프놈펜 주캄보디아 대사관에서 22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주캄보디아·주베트남·주태국·주라오스대사관 국정감사에서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이 로맨스 스캠 조직의 총책에게 ‘적색 수배 중’이라는 사실을 알린 뒤 그대로 풀어줬다고 한다. 여권 연장을 위해 제 발로 찾아온 중범죄 수배자를 신고하기는커녕 눈앞에서 놓쳤다니 말문이 막힌다.

로맨스 스캠 조직 총책 A씨는 지난해 11월 한국대사관을 찾았다가 경찰 영사로부터 수배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자수하겠단 A씨 말만 듣고 신고도 하지 않고 귀가시킨 대사관 측이 자수를 하지 않자 경찰에 뒤늦게 알리면서 A씨는 3개월 뒤에야 체포됐다. A씨와 그의 부인은 연애를 빙자한 120억원대 투자사기를 벌여 적색 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대사관 측은 체포권이 없다는 이유를 댔지만, 결국 안이한 대응으로 해외 체류 중범죄자의 도주를 도운 격이다.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한국 청년 사망 사건 이후 대사관이 국민 보호를 소홀히 한 사례들이 잇달아 드러나고 있다. 범죄조직에서 탈출해 대사관을 찾아간 20대 청년은 “업무시간 종료”라며 문전박대를 당했고, 근무 시작 전 도착한 청년은 2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대사관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실종자 가족의 호소엔 “당사자 신고가 원칙”이라고 했다니 직무유기가 도를 넘었다. 해외에서 어려움이 생길 때 외교부는 “공관에 연락하면 도움받을 수 있다”고 공언해왔다. 한두 번도 아니고, 버젓이 대형 범죄단지가 차려지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국민 안전에 소홀할 수 있는 것인가.

22일 현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대사관의 부실 대응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김현수 주캄보디아 대사대리는 인력 부족을 호소했는데, 그렇다고 해도 범죄 피해를 입은 국민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는 눈 씻고 찾아봐도 나오지 않으니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순 없다.

정부는 캄보디아 범죄조직 소탕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조직들이 인접 국가로 근거지를 옮겨가는 ‘풍선효과’ 우려도 크다. 현지 수사당국과 수시로 교류·협력하며 동남아 전역을 아우르는 공조가 필수적이다. 취업사기·인신매매 등 중범죄가 빈발하는 나라에서는 경찰 인력 증원도 검토할 때가 있다. ‘재외국민 보호’ 의무는 헌법에도 규정돼 있다. 문제가 터진 뒤에야 우왕좌왕하지 말고 복무 기강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어려움에 처한 국민이 도움을 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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