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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강남 학교를 헐어 아파트를 지으라

입력 2025.10.22 21:17

수정 2025.10.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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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불길하다. 전국적으로 보면 부동산 시장은 안정세다. 추석에 다녀온 고향 마을은 빈집이 절반이었다. 중소 도시는 물론, 광역시에도 미분양이 쌓였다. 문제는 서울, 그중에서도 전국 인구의 4%가 채 안 되는 강남(강남·서초·송파구)이다.

진보 정권에 집값 상승은 트라우마다. 부동산 시장이 잠잠하다가 유독 노무현·문재인 정부 시절 폭등했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 집값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재명 정부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뉴욕·도쿄·시드니·베이징·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 집값도 뛰었다. 돈이 풀리고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부동산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풀린 유동성은 금과 주식, 가상자산, 부동산을 가리지 않고 ‘에브리싱 랠리’를 만들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는 요즘, 달러 기준으로 보면 강남 아파트값이 폭등했다고 보기 어려운 면도 있다.

그러나 이젠 이재명 정부가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올해 초 성급하게 규제를 완화한 오세훈 서울시장 책임도 있지만 언제까지 그 탓을 할 수는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러 차례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돌리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지금 같은 분위기면 주식 투자 수익도 강남 아파트로 귀착될 공산이 크다.

강남은 하나의 ‘브랜드’다. 과거엔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면 강남 아파트를 팔고 떠났지만, 이제는 결혼할 때까지 눌러앉는다. 조선시대엔 조상이 정승이고 판서였던 게 자랑이었다면, 지금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게 벼슬이고 신분이다. 그러니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자녀에게 매각하는 희한한 방법까지 써서 물려주려고 애를 쓴다.

강남 선호의 이면엔 교육이 있다. ‘8학군’으로 불리는 최고의 공교육 환경에, 수능이든 내신이든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대치동의 사교육 시스템이 더해졌다. 수도권 의대생 4~5명 중 한 명이 강남 출신이라는 통계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입시 제도의 공정성을 무력화하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였던 교육을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곳이 바로 강남이다.

출범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이재명 정부가 세 번째로 내놓은 ‘10·15 대책’은 강남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아파트의 수요를 억누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서울 전역과 분당·과천은 물론 수원·안양·의왕·하남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갭투자를 봉쇄했다. 제도가 작용하면 반작용과 부작용이 따른다. 시장의 반발은 당연하고, 선의의 피해자가 나온다. 다음 순서는 부동산 세제 개편이다. 구윤철 부총리는 “미국은 집값의 1%를 재산세로 매긴다”고 했다. 50억원짜리 아파트 소유자라면 연 5000만원의 세금을 낸다.

관건은 정치다. 조세 정의 실현과 집값 안정 효과가 예상되지만, 내년 지방선거에 악재라는 이유로 머뭇거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 핵심 이슈로 떠올랐지만 여야는 동상이몽이다. 여당은 ‘주택시장 안정화 TF’를 꾸렸고, 야당은 ‘부동산정책 정상화 특위’를 발족했다. 서로를 비방하면서도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해법은 ‘공급 폭탄’이다. 정부도 올해 말까지 시군구별 주택 공급 세부 계획을 내놓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미 포화 상태인 강남 어디에 새 아파트를 지을 수 있을까.

박정희 정권 시절 강북의 명문 학교들을 강남으로 이전한 것이 오늘의 강남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남은 부동산과 교육을 거느리면서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이 됐다. 그 학교들을 다시 옮길 수는 없을까. 삼성동의 경기고만 해도 부지가 3만평이 넘는다. 서울고·경기여고 등 강남의 고교 몇곳만 허물어도 수만가구의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학교가 줄면 강남의 장점도 줄어든다. 집값은 내려가고, 교육 양극화도 완화된다. 일석이조 아닌가. 내친김에 양재동 시민의숲이나 방이동 올림픽공원 같은 곳에도 아파트를 세워버리자. 난개발이라는 지적을 받든 말든 재건축단지에 초고층 허가를 내주고, 강남의 취득·재산세 등 지방세는 한동안 국세로 돌려 전 국민이 나눠 쓰자.

강남 집값은 지난 30년간 16배 올랐다. 불패의 경험과 개인의 욕망이 결합한 강남 아파트는 내성이 강해 웬만한 규제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불안과 분노, 박탈감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경제와 민생이 어렵다. 무지막지하지만 이런 발상이라도 하지 않으면 강남 신화는 깨지지 않을 것 같다.

오창민 논설위원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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